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기업의 경우 공매도 세력의 집중 타겟이 되면서 단기간 내 주가가 반 토막 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보름만에 시총 2兆증발…유상증자에 우는 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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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증권가에서는 요즘 유상증자의 저주라는 말이 유행이다. 특히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기업의 경우 공매도 세력의 집중 타겟이 되면서 단기간 내 주가가 반 토막 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이유다. 유상증자 및 공매도 제도 보안을 통해 선량한 투자자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단기간 내 주가 급락…‘물량부담·주주가치 희석·기업신뢰 추락’ 지난 6일 삼성중공업은 올해와 내년에 대규모 영업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적자 커밍아웃’과 동시에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 이후 매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하루 새 주가는 29% 가까이 급락했다. 이후에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보름 만에 시가총액이 2조1000억원 증발했다. -------------
삼성중공업·현대상선·미래대우 등 줄줄이 급락
"유상증자 목적·기업가치 등 따져봐야"자료: 한국거래소
전문가들은 또한 유상증자가 단기적으론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기업들이 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크다며 유상증자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상증자를 무조건 악재로만 받아들이기보다는 유상증자의 목적과 기업의 중장기 성장성·수익성을 따져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대상선 역시 지난 10월 13일 대규모 유상증자(1억2000만주) 계획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40% 가까이 급락했다. 두 달 새 허공으로 날아간 시가총액 규모만 6000억원에 달한다. 미래에셋대우는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발표 후 이틀 만에 20% 가까이 추락했고 CJ제일제당, 카카오 등도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후 주가가 뒷걸음질쳤다.
코스닥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유니슨(018000), 미래테크놀로지(213090) 등이 공시 전후로 10%대의 주가 하락률을 기록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주식을 추가로 유상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증자로 확보한 대금은 기업 재무구조 개선(차입금 및 부채비율 감소)에 사용되거나 시설투자·M&A·신규사업 진출 등에 쓰여 장기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실제 현대상선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친환경·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선복량을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도 유상증자를 통해 글로벌IB(투자은행) 전략추진과 해외사업확장, M&A 추진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당장 물량부담·주주가치 희석 등으로 주가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상장사들이 잘 나갈 때는 배당,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 제고에는 소극적이었던 반면 자금이 필요할 땐 일방적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며 “소액 주주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공매도에 두 번 우는 개미들
유상증자 기업에 공매도 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현대상선 유상증자에도 공매도 세력이 기승을 부렸다. 유상증자 발표 전후로 공매도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다 거래량의 40%까지 공매도 비중이 급증하기도 했다. 그 여파로 8000원대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신주 가격 결정 직전에 50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무리 주가가 하락해도 미리 공시된 할인율을 적용해 발행가액이 정해지기 때문에 발행가액 산정 기간에 꾸준히 주식을 빌려 판 뒤 배정받은 신주로 갚으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며 공매도 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어 소액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상증자에 따른 기업가치 호조 가능성을 따지기보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유재희 (jhyoo76@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