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스크랩] "내 나이가 어때서?!" 70세 도보여행가 황안나 할머니

언제나오복의향기 2014. 4. 22. 06:25

내 나이가 어때서
 

황안나 (본명 황경화씨)는 10년 전, 1998년도에 40년간 몸 담은 교직에서 은퇴한 후, 그녀의 나이 육십에 도보 여행가라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65세에 블러그를 개설했으며 해남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800Km) 도보 행군을 시작으로 66세에 첫 책인 ‘내 나이가 어때서’를 출간했으며 67세에 우리 땅 해안선 4000 킬로미터 일주를 했다. 

69세에 26시간 동안 잠도 안자고 걷는 100킬로미터 울트라 걷기 대회에서 여성 최고령자로 참가해 46등으로 완주했으며 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산티에고의 길을 완주했다.  2008년 자신의 블러그에 올리던 실수담을 엮어 ‘실수 9단, 행복 10단’이라는 안나의 즐거운 인생 비법서를 출간했다.

그녀가 길을 떠나게 된 동기는 소박하다.  평생을 형제와 남편과 자식들만을 위해 살다가 퇴직을 하고 갑자기 시간이 남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혼자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다.  첫 도보 여행에는 남편에게 등산 동호회와 함께 떠난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그 여행에서 그녀는 그동안 잃어버렸던 자신을 되찾았고 소녀 시절의 꿈을 이루었으며 이제는 많은 실버 세대들의 모범으로 다시 태어났다. 

젊었을 땐 나도 나이든 사람을 보면서 나이 들면 무슨 재미로 사나 했거든요. 그런데 나이들어 보니까 지금이 젊었을 때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좋아요.  이젠 누구랑 경쟁할 일도 없고 또 나이가 들었으니까 베푸는게 즐거워져요.  나이 들면 허리며 관절이 아픈 것 때문에 다들 뭐도 못하고 뭐도 못하고 하는 데, 생각해 보니까 병도 친구에요.  나도 척추 4, 5번이 내려 앉아 병원에선 수술하라고 하지만 그거 고친다고 또 탈 안나겠어요.  집에서 뒹굴어도 아프고 나가도 아픈데 이왕 나가서 돌아다니며 아픈 게 낫죠.  늙어서 오는 병은 마음씨 고약한 친구라서 어떤 날은 화내지만 잘 달래면 가만히 있어요. 

 좀 더 건강할 때 시작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없냐는 질문에 60대가 되어 누리는 삶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지 몰라요.  만약 노년에 그냥 안주하면서 80세까지 산다면 20년이 너무 허망하쟎아요.  얼마전 구룡령 옛 길을 걸으면서 70대에는 어떤 장을 열고 살아갈까 생각을 했어요.  아마 견디는 세월이겠죠.  나이를 더 먹고 남편도 제 곁을 떠나면 자식들이 찾아오길 기다린느 삶이 얼마나 외롭겠어요.  70대에는 사진도 배우고 공부를 더 해서 글도 쓰고, 사진 찍기등 취미 생활을 해서 견대는 세월이 한결 수월할 것 같아요. 

인생을 즐겁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행복은 누리는 자의 몫이다.  또 자유는 용감한 자의 몫이다.  나눠라, 걸어라, 잊어라 그런 정도겠지요.

황안나씨의 도보 여행법을 보면 1. 일단 걸어라. 무리하지 말고 걸어라.  2.  일주일에 5일 정도 꾸준히 걸어라. 3.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별 볼일 없다. 걸으면서 꽃도 보고 나무도 보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걸어라.  4. 우선 순위를 걷는 데에 두면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걷게 된다.

그저 자신도 알 수 없는 내적 욕구에 이끌려 길을 떠났고 그 길에서 자신의 상처를 발견하고 치유해 나갔을 뿐이지만 그 치유의 힘은 다른 이의 상처까지도 치유하는 힘을 발휘했다.   길을 떠나보면 참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는 황안나씨.  완전한 실패는 없다고 한다.  아름다운 마음,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도 길을 잘못 들었을 때였다고.  살아갈 희망이 없어 자살을 꿈꿀 때, 바늘구멍만큼의 희망도 없을 때조차 얻는 것이 있다고.  어디든 길은 있다는 그녀의 말에서 희망을 본다.  오늘이 어제보다 더 젊은 날이며,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했던 오늘이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에게는 절대로 이미 늦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642호 35면>

 

 

 

 

 

세 번째 책 집필 중, 라디오 진행 및 여행소개 프로그램 고정 게스트, 강연, 혼자 연극 보기, 블로그 업데이트, 인터넷 서점에서 책 다섯권 주문, 내일은 1박2일 도보여행 출발... 이게 70대 할머니의 이번 주 계획이라면 믿어지시나요?게다가 이분의 블로그에는 하루 만 명 이상의 방문자가 찾아오는 파워 블로거이십니다.=ㅁ=;; 도대체 누구신지 너무나도 궁금해서 직접 만나보지 않을 수 없었던 황안나 할머니, 지금부터 그분의 이야기를 펼쳐볼게요. ^^*

 

 

 

 

 

안나의 즐거운 인생비법

 

 

 

 

이제 해를 넘기면 일흔 하나라고 하시는 황안나 선생님을 실제로 만난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연세보다 젊어 보이실 거라곤 예상했지만, 60대 초반이라고 해도 믿기 힘들 정도로 정정하셨거든요.과연 한창 사회생활을 할 30대 정도의 일정을 소화하시는 게 전혀 무리가 아닐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라고 부르기 민망했다니까요. ^^; 뭐가 그렇게 즐거우셔서 이야기하는 내내 환하게 웃으시는지 여쭤봤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생각보다 평범합니다.

 

"날씨가 좋아서 기분 좋고, 손자들 키 크는 모습만 봐도 즐거워요. 게다가 강연비라도 받으면 그걸로 손자들 용돈주고 간식 사주는 재미가 쏠쏠하죠. 즐거움이 별건가요? 사는 게 다 즐겁죠."일상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는 능력, 정말 배우고 싶더군요. 게다가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다는 할머니는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다 인생의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전 바로 ‘선생님’이란 호칭이 익숙해졌습니다.

 

 

 

 

     

 

 

 

지금이 황금기!

 

황안나 선생님 댁에는 배낭이 7개 있습니다. 당일여행용, 1박2일용, 장거리용에다가 무거운 배낭, 가벼운 배낭 등 용도에 따라 언제든 여행 떠날 수 있게 짐이 꾸려져 있다는군요."부부싸움이라도 하면 언제든 집 나가려고요~" 하면서 웃으시는데, 진짜 부부싸움을 하실 것 같지는 않고요, 다만 선생님은 가끔 충동적으로 여행을 나선다고 하십니다.

 

초등학교 교사로 39년간 재직하다가 정년을 7년이나 남겨놓고 과감하게 퇴직을 한 것도, 65세에 국토종단, 67세에 해안일주를 한 것도 반은 충동, 반은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회고하는 황안나 선생님..."예정된 일상은 무료해지기 쉽잖아요. 마음이 움직일 때 몸도 같이 움직여줄 필요도 있어요. 이 나이쯤 되면 충동적이지 않고선 여행도 쉽지 않다니까요." 열정을 마음껏 발산하는 60대 이후, 지금의 나이가 선생님께는 인생의 황금기라는 말이 정말 이해가 됩니다.

 

 

 

 

 

 

비교하지 않으면 불행도 내려놓을 수 있다.

 

"나라고 마냥 맘대로 산 건 아니죠. 거의 30년을 절대빈곤 속에서 살았으니까요." 월급을 받는 족족 빚을 갚아야 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황안나 선생님은 좌절의 늪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안에서 ‘남들과 비교하면서 나의 불행을 짊어지고 살 필요가 없다, 경쟁은 나 자신과 하는 걸로 충분하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그 시절이 선생님을 도보여행가로 신시켰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일까요? 해안일주를 하던 중 거제도에서 비오는 밤에 민가도 없는 바닷길을 하염없이 걸으면서 정말 할 것이라곤 기도밖엔 없던 그 순간에 선생님은 오히려 세상의 따뜻함을 만났습니다. 새카맣게 탄 얼굴, 지저분한 등산복 차림의 할머니에게 친절히 대해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무리 세상이 무섭다고 말해도 경계하지만 말고 먼저 따뜻하게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는군요.

 

그렇게 열심히 걸어서 뭘 얻어 오셨나요?

 

 

 

사람들은  늘 황안나 선생님께 묻습니다. 도보여행에서 뭘 얻어오셨냐고. 그런데 선생님은 오히려 버리고 오셨대요. "도보여행 한다고 돈이나 명예가 생기는 것도 아니잖아요. 전 그냥 잡념을 버리고 왔어요. 남을 미워하는 마음도 버리고, 욕심도 버리고. 체중이 5Kg 빠지면서 마음도 다이어트 한 셈이죠."

 

도보여행에 나서면 그저 먹고, 걷고, 자고, 그것밖에 안하는데 자연스럽게 마음이 비워지더라는 선생님을 보면서 저도 좀 걸어야겠다는 필요를 느꼈습니다. ^^; 그래도 우리가 보기엔 선생님이 얻어 오신 게 너무나도 많습니다. 해냈다는 기쁨, 앞으로 좌절이 닥쳐도 다시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블로그에 올릴 여행기! 선생님의 여행기는 잡지와 방송에 수없이 소개될 정도로 인기가 있거든요. ㅎㅎ

 

 

 

 

 

 

 

세상이 우리를 늙게 만드는 것일 뿐...

 

선생님은 뭔가 새롭게 배우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시더라고요. 하지만 처음 수업을 나가면 다들 그 나이에 배워서 뭐하시려고 그러나 의아해 한대요. 그런 시선이 사람들을 늙게 만드는 거라고 힘주어 말씀하시는 선생님은 젊은 사람들이 7시간 반 동안 걷는 코스를 6시간 만에 완주했다고 하십니다. 이건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선생님은 젊은이들에게 늘 떠나라고 말씀하신답니다. 장기간의 배낭여행이 아니어도 좋으니 1박2일, 단 하루라도 낯선 길에서 혼자 걸어봐야만 한다는 거죠. 물론 좋은 동행이 있는 것도 행복하겠지만, 혼자 자연과 교감해보는 건 인생의 새로운 시야를 터 준다는 말씀이 와 닿습니다.

 

 

 

 

우선순위를 바로잡고, 자신을 감동시켜라!

 

황안나 선생님은 강연도 많이 하십니다. 그 대상이 주부들일 때도 있고, 은퇴를 앞둔 공무원들일 때도 있지만, 선생님의 강연이 끝나면 누가 됐든 환한 표정으로 돌아갑니다. 노후대책은 연금만으론 부족하니까 삶의 우선순위를 바로잡고, 자신을 감동시킬 수 있는 삶을 살라는 인생 선배의 말이 너무나도 힘 있게 다가오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그 삶을 직접 살고 있는 선생님의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요. ^^

 

 

내일도 떠납니다.

 

선생님은 내일도 여행을 떠날 계획이십니다. 이번엔 남편과 함께라는군요. "우리 할아버지는 내가 여행 떠날 때마다 그냥 걱정 말고 잘 다녀오라고 해요. 여행 다니려면 건강, 경제력, 가족의 이해, 시간이 다 필요한데 전 두루 갖췄으니 정말 복 많은 사람이죠. ^^"이런 남편과 손을 꼭 잡고 떠나는 여행이니 어떻게 행복하지 않겠어요? 전 벌써 황안나 선생님 블로그의 다음 업데이트가 기대됩니다. ^^*

 

 

 

 

 

 

 

☞ 황안나 (본명 황경화)
- 1940년 개성 출생
- 39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 65세에 해남~통일전망대까지 국토종단
- 67세에 동해에서 남해안을 거쳐 서해까지 해안을 따라 4천Km 해안 일주
- 2007년 아들, 며느리와 함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Km 도보
- 2008년 원주 100Km 울트라 걷기대회 46등으로 완주
- 2010년 9월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도보일주
- 블로그 '맛있게 살기
'운영중, 누적방문자 690만명 돌파
- 저서 <내 나이가 어때서>, <안나의 즐거운 인생비법> 출간, 세 번째 책 집필 중
- 여러 잡지에 여행기를 연재하는 칼럼니스트이자 방송인, 인기 강연자

 

 

 

메모 : 2014.4.22. a5;45분 ebs tv 에서 처음 황안나를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