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형 칼럼] 거짓말에 중독된 한국인… 거짓 공약 따위는 신경도 안 쓴다
'운동권' 집권세력,
타도 대상이었던 특권층 돼서 온갖 특혜… 그것을 덮을 방법은 위선과 허위 뿐
강규형 컬럼니스트~ 뉴데일리 입력 2020-08-17 11:04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0/08/17/2020081700029.html
거짓말의 '전통'… 노비 근성에서 나왔다
▲ 강규형 명지대학교 교수·前 KBS 이사.ⓒ뉴데일리DB
조선시대 때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은 대체로 위생적인 불결함과 습관적 거짓말을 지적한 경우가 많다.
위생은 삶의 질이 개선되면서 많이 좋아졌지만, 거짓말의 '전통'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황승연 경희대 교수는 이것을 아무 책임지지 않고 사는 노비들이 많았던 사회에서 파생된 '노비 근성'으로 설명했다. 아마 여기에 겉치레를 중시하는 주자학의 전통도 한몫 했을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던 한국은 아직도 거짓말이 횡행하는 곳이고, 따라서 상호 신뢰와 신용이 부족한 저(低)신뢰사회(스탠퍼드대학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의 분석)이다. 그때그때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로 넘기는 것이 일상사가 된 사회. 이것은 한국사회가 근현대 문명국가가 되는 데 큰 장애물이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거짓말은 존재한다. 하지만 사회의 모든 계층이 거짓으로 점철된 사회는 그리 많지 않다. 하류층 일반 대중들의 일상적인 거짓말부터 최상위 집권세력의 뻔뻔한 거짓말까지 정말 모든 층위에서 허위가 난무하니 한국은 미래가 없는 사회이다.
1. 하류층부터 집권세력까지 거짓으로 점철된 한국 사회
필자는 지난 몇 년간 특히 이런 것을 깊이 체험해 볼 기회가 있었다. 자기들의 사기 행각을 덮기 위해 온갖 거짓말로 일관하다가 법원에서 허위가 밝혀진 개장수들부터, 그것을 악용한 노조 세력들, 그리고 방송 장악을 위해 발악을 하면서도 자신들은 방송 장악을 절대 하지 않는다는 '유체이탈 화법'을 쓴 집권 세력까지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다. 심지어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거짓으로 일관하다가 증거를 들이대자 그제야 잘못을 시인하는 경찰수사관까지 봤다.
그중에 백미는 현재 집권세력의 거짓말 퍼레이드이다. 20대 총선에서 광주 등 호남에서 패배하면 대선을 포기하는 등 정계 은퇴를 하겠다는 문재인 후보는 실제 광주·호남에서 완패를 하고도 그 엄중한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 그러고도 대통령에 당선되는 게 한국사회다.
문재인 후보의 대선공약들을 하나하나 복기해보면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무 말 대잔치"를 하고는 책임지지 않는 '모범'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무리하게 자기가 임명하면서 "살아있는 권력 눈치도 보지 말라"고 호기롭게 당부했다가 진짜 살아있는, 그러나 부패하고 부정한 권력에 대해 세게도 아니고 아주 살짝 손을 대도 광란에 가까운 방해를 하고 있다.
이제는 '공영방송' KBS 9시 뉴스가 채널A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존재하지 않는 대화 내용을 가공해서 보도하는 데에까지 이르렀다. KBS는 "기레기 방송 서비스"의 약칭이라는 풍자까지 나오고 있다.
저번 총선에서 비례용 정당을 절대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친여권 비례용 위성정당이 두 개나 만들어졌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비난은 잠시라도 책임은 4년"이라는 합리화로 비틀어진 사회에서의 정답을 말했다. 유권자들은 이런 거짓말에 대해 전혀 상관하지 않기 때문에.
2. 거짓말, 운동권·좌파 시민사회 출신의 공통된 특징
통일부 장관으로 청문회를 했던 이인영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나 국정원장으로 청문회를 했던 박지원 전 장관은 본인들에게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그때그때 달라지는 변명을 하거나 증거를 대도 오리발을 내밀었다. 솔직히 얘기해보자.
한 것이라곤 전대협 등에서 NL 친북 공산혁명 운동을 하다가 전향도 제대로 안 하고 갑자기 사회의 최고 상층부에 진입했다.
또는 한국에서의 행적이 미심쩍은 가운데, 도미해서 미국 교포사회에서 전경환 '줄'을 잡고 집권 민정당의 교포 몫 비례대표를 바라다가 그것이 잘 안 되니 미국에 온 김대중 전 의원에게 접근해 권력의 국회의원이 되고 권력의 최정상까지 간 것 아닌가. 그러고는 본인들이 그렇게 타도하자고 외쳤던 특권층이 돼서 온갖 특혜를 받은 것 아닌가.
조지 오웰이 경고했던 '두 다리로 걷는 돼지들(자본가인 사람 흉내를 내는 공산혁명가 지도층 돼지들)', 유고슬라비아 공산 게릴라(파르티잔)의 2인자로 활약하다 유고슬라비아의 부통령이 된 밀로반 질라스(Milovan Djilas)가 자기의 사상을 버리고 감옥까지 가면서 얘기한 '뉴 클래스'(New Class·이 책은 최근 국민대 이호선 교수의 번역으로 '위선자들-새로운 수탈계급과 전체주의의 민낯'(리원)으로 출간됐다), 또한 공산전체주의(혹은 유사전체주의) 체제에서의 특권층인 '노멘클라투라(Nomenklatura)'의 한국적 변용에 불과하다.
이것은 한국의 대부분 소위 운동권과 좌파 시민사회 출신들이 공통으로 갖는 특징이다. 이런 세계의 최상위에 군림했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몰락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언 듯 그가 자신이 하버드 대학 중앙도서관인 와이드너 도서관의 책을 다 읽었다는 경악할만한 거짓말 등 여러 허구와 과장이 줄지어 머리에 떠오른다.
자기 당 소속 지자체장의 잘못으로 재보궐 선거를 하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집권 민주당의 '멋있는' 공약도 결국은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엔 "반성 차원에서 여성 시장 후보자를 내자"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별걱정을 안 해도 될 것이다. 한국인들은 이미 거짓말에 중독돼 있고, 과거 공약 따위는 그때쯤이면 다 잊어버리고 있을 테니까.
△이글은 2020-07-22자 매일신문에 게재된 글을 필자가 증보한 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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