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세운 산업부, 北엔 원전건설 지원 추진했다
단독] 산업부 삭제 파일 444건 안에 ‘북한원전건설추진 보고서 10여 건 나와
조선일보 조백건 기자 입력 2020.11.23 05:00
산업통상자원부가 작년 12월 감사원의 월성 원전(原電) 1호기 감사 기간에
삭제한 내부 문건 444건 중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보고서 10여 건이 포함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경제성 조작 혐의'등 과 관련해 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압수 수색에 나선 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혁신정책관실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 원전 관련 문건은 모두 2018년 5월 초·중순 작성된 것이다.
문건 작성 시기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차 남북 정상회담(4월 27일) 직후이자, 2차 남북 정상회담(5월 26일) 직전이었다.
현 정부는 ‘탈(脫)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며 “새 원전 건설은 없다”고 했으나,
북한에는 원전을 새로 건설해주는 방안을 비밀리에 검토했던 것이다.
여러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원전 건설 관련 보고서는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 협력 방안’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업무 경험 전문가 목록’ 등의 제목이 붙은 10여 건으로 알려졌다. KEDO는 한국과 미국·일본이 1995년 설립한 기구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북한에 전력 공급용 경수로 2기를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한 기구다. 이 보고서들은 우리 정부가 2018년 5월 당시 북한 전력 지원 차원에서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방안을 또다시 검토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라 할 수 있다.
월성원전
당시 우리 정부는 ‘국내 원전 추가 건설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신규 원전 건설은 없고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도 없다”는 탈원전 공약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런 문 정부가 국내에 더 짓지 않겠다고 한 원전을 북한 지역에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한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일 등을 염두에 둔 장기 관점에서 미리 검토한 보고서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관가(官街)에선 “시기가 묘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산업부가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보고서를 10여 건 만들어낸 2018년 5월 초·중순은 그해 1차 남북 정상회담이 있은 직후였다. 또 이 보고서들을 만든 직후였던 그해 5월 말엔 현 정부의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전직 경제 부처 고위 관계자는 “현 정부의 1·2차 남북 정상회담 사이에 산업부가 북한 지역 원전 건설 관련 보고서를 집중적으로 만들고, 북한 경수로 지원 사업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까지 물색했다면 단순한 장기 전망 보고서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를 진행 중이던 작년 12월 2일 산업부 원전 담당자들의 PC를 압수해 그 안에 저장된 문서 파일 444건이 삭제된 것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이 중 324건을 복원해 이 중에서 2018년 5월 초·중순에 작성한 북한 원전 건설 추진 관련 보고서를 10여 건 발견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이 보고서 10여 건을 포함, 산업부가 삭제한 내부 문건 목록 444건을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 최근 송부한 것으로 알려졌다.https://www.chosun.com/national/court_law/2020/11/23/CH33MIYE5NHH3I376ML3BXDT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