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런저런 이야기/2. 인물여담

책.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저자 손웅정의 아들 키운 ‘강한 리더십’ 돌풍~ 손흥민. 성공은 오롯이 그의 것.

언제나오복의향기 2022. 7. 20. 06:00

 

 

흥민이 성공은 오롯이 그의 것” 세대 초월한 손웅정의 이유있는 신드롬


‘월클’ 손흥민 선수 키워낸 손웅정 ‘강한 리더십’ 돌풍

배준용 기자 조선일보 [아무튼, 주말]  입력 2022.07.16 03:00
지난해 10월 손웅정 감독의 자전 에세이 출판으로 공개된 손웅정·손흥민 부자의 사진. 지인들은 두 사람에 대해 “평소엔 서로 격 없이 농담을 주고받는 친구 같은 부자 관계”라고 말한다. /수오서재

 

전 세계가 아들을 ‘세계 최고’라고 치켜세우는데, 한사코 “절대 ‘월드클래스’가 아니다”고 반박하는 아버지가 있다. “솔직히 아들을 많이 팼다”고도 고백했지만, 사람들은 그 영상을 보며 웃고, 패러디하고, 열광한다.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30)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60) 손축구아카데미 감독의 이야기다. 

 

손 감독은 줄곧 대외 활동과 언론 노출을 가능한 한 피하고 있지만, 그가 숨어들수록 아들을 세계 최고 반열의 축구 선수로 성장하게 도운 아버지에 대한 호기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손 감독이 과거 인터뷰에서 “흥민이 절대 월드클래스 아닙니다”라고 말한 영상은 조회 수가 300만회를 넘었고, 이를 코믹하게 패러디한 영상들도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심지어 손 감독이 현역 시절 프로축구 선수로 활약한 옛 모습이 담긴 영상도 조회 수가 200만회를 넘었다.

 

지난해 10월 그가 출간한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수오서재)는, 손흥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지난 5월부터 판매량이 3~5배가량 늘었다. 각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역주행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린 저자 사인회는 1시간으로 예정된 소규모 행사였지만, 팬들이 잔뜩 몰려들면서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학계와 비평가들 사이에선 “손웅정 감독이 마음만 먹으면 강연·출판·방송계에 엄청난 파급력을 미칠 것”이란 말이 돌고 있다. 손 감독의 리더십과 철학이 성별·세대를 초월한 호소력을 가졌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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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출명저파비#손흥민아빠로나대기싫다

그러나 손 감독은 그럴 뜻이 전혀 없어 보인다. 오래전부터 언론과 강연계의 섭외 요청이 쏟아졌지만, 수락한 횟수는 손에 꼽는다. 그나마 속내를 보인 건 직접 쓴 책과 2019년 케이블채널에서 방영된 손흥민 다큐멘터리에 관여한 정도가 전부다. 지난 12일엔 신경호 강원교육감이 “춘천에 손흥민 거리가 조성됐으면 한다”고 제안하자 손 감독은 “몇 년 전부터 그런 얘기가 있었지만 그건 아니다”라고 단호히 선을 그으며 “은퇴하면 누가 이름이나 불러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왜 이렇게 몸을 사릴까. 손씨의 지인들은 “원래 지나칠 정도로 겸손함이 몸에 밴 사람에다 아들에게 폐 끼치는 걸 극도로 경계한다”며 “‘손흥민 아빠라며 나댄다’는 말을 듣는 것을 가장 꺼린다”고 입을 모았다. 어느덧 60대지만 어딜가든 90도로 깍듯이 인사하는 모습도 축구팬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된다.

 

“‘얼마나 뿌듯하냐, 얼마나 자랑스러우냐, 얼마나 기쁘냐’라는 질문 앞에서

나는 속으로 삼키는 감정이 있다.

바로, 두려움이다.

나는 흥민이가 어린 시절부터 상 같은 걸 받아 올 때면

‘축하한다, 고생했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면서

그 상장과 상패는 분리수거하고 들어와라’라고 말했다.

자신이 이룬 성과에 만족하면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나는 그것이 두려웠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중에서

 

손 감독의 끝없는 겸손과 저자세는 단순한 겉치레나 리스크 회피가 아닌 삶을 지탱하는 철학이다. 그가 말하는 삶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는 ‘인파출명저파비(人怕出名豬怕肥)’다. ‘사람은 이름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고, 돼지는 살찌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팬들은 “월드 스타가 된 손흥민이 한결같이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다 이런 아버지의 철학 덕분”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한 문화평론가는 “조금이라도 유명해지면 그 유명세로 돈이나 인기를 얻으려는 풍토가 강하지 않으냐”며 “손 감독과 손흥민의 겸손한 행보는 이와는 정반대인 데다 그런 태도가 한결같이 이어지다 보니 더 큰 호응을 얻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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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삼류축구선수#냉혹한자아성찰

1962년 충남 서산 출생인 손 감독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축구를 시작해 상무축구단, 현대호랑이(현 울산 현대), 일화천마(현 성남 FC)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하다 28세였던 1990년 심각한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은퇴했다. 프로 통산 37경기 7골. 자신의 현역 시절에 대해 손 감독은 ‘삼류 선수’ ‘천둥에 놀라 뛰는 개처럼 뛰었다’며 평가절하한다.

 

하지만 축구계 평가는 다르다. 1983년 10월 18일 자에 조선일보는 제38회 청룡기쟁탈 전국 중·고교 축구선수권대회에 춘천고 선수로 출전한 손웅정이 영광고와의 시합에서 생애 첫 공식 해트트릭이자 대회 첫 해트트릭을 한 사실을 전하며 “소양중을 거쳐 춘천고에 입학하면서부터 손(孫)의 스피드와 발재간은 정평이 붙었다”고 썼다. 또 “1m72㎝에 63㎏. 축구선수로는 비교적 단신이지만 문전에서의 순발력과 슈팅 처리, 드리블이 고교 정상급인 반면, 100m를 12초로 뛰는 스피드를 순간적으로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 흠”이라는 전문가들의 평도 전했다. 손웅정은 당시 해트트릭을 한 소감에 대해 “축구를 하고 첫 기록이기 때문에 기쁘다기보다는 얼떨떨한 기분”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내가 했던 축구의 내용이 부끄러웠다.

기본기가 없어도 성적은 내야 했다.

죽기 살기로 뛰었고 몸은 금방 망가졌다.

유소년 축구 지도자의 꿈을 품게 되면서

우리가 그간 해왔던 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이 싹텄다.”

 

그는 자신의 축구 이상에 미치지 못한 현역 시절을 합리화하는 대신 처절한 성찰을 통해 아들에게는 철저히 기본기를 중시하는 축구 교육을 했고, 그 결과 아들은 세계 최고 반열의 선수로 성장했다. 손흥민은 “나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흥민이가 함부르크에서 처음 계약했을 때,

분데스리가 데뷔 골을 넣었을 때

사람들은 ‘혜성처럼 나타난 선수’라고들 표현했다.

하지만 이 세상에 혜성같이 나타난 선수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기본기가 그때 비로소 발현된 것일 뿐이다.”

 

손웅정 감독이 지난 7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저자 사인회에서 한 팬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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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선수범#책임감#혹독한교육

팬들은 손웅정의 매력으로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꼽는다. 손 감독은 어린 손흥민을 가르칠 때도 항상 시범을 먼저 보이고 훈련을 똑같이 했다. 그가 손축구아카데미 선수들에게 팔굽혀펴기를 시키면서 자신도 똑같이 팔굽혀펴기를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에는 “살면서 저런 스승은 본 적이 없다” “정말 존경한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려있다.

 

손 감독은 책에서 “아이들과 ‘함께’ 운동하는 게 나의 훈련 철칙이다. 아이들에게만 시키고 팔짱 끼고 서 있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손흥민도 어린 시절 혹독한 훈련에 대해 “아버지가 옆에서 똑같이 훈련하니 멈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정말 혹독하게 키웠다.

낙숫물이 떨어져서 바위를 뚫는 듯한 반복. 그 꾸준함과 끈질김이 필요했다.

그곳에서 기본기가 시작된다.

아비가 무서우니 말은 못했겠지만 지루하고 지쳤을 테다.

흥윤이와 흥민이를 훈련시킬 때 ‘의붓아버지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 혹독한 시간을 돌아보면 아이들에게 너무도 미안하다.

아직도 혼자서 가슴속으로 울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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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은부모의소유물이아니다

손 감독은 “흥민이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축구를 하면서 축구 선수로 성공하거나 프로 선수가 돼서 어느 정도 돈을 벌 것이라는 생각은 결단코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손흥민을 엄하게 가르친 이유가 결코 자신의 욕심이나 부모로서의 욕심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보다 “축구 선수로 경기장에서 제 기량을 마음껏 뽐내는 게 가장 큰 행복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엄하게 가르쳐 제대로 된 선수가 되어야 축구 선수로서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님들이 크게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내가 낳은 자식이라 해도 아이에게는 아이만의 또 다른 인생이 있다.

불안하고 초조하다면, 가만히 들여다보라.

그건 다 부모의 욕심에서 기인한 것이다.”

 

훈련 때 엄한 아버지였지만 부자 사이가 돈독한 이유에 대해 손 감독은 “혼을 내고 반드시 사후 수습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감정에 휘둘려 혼을 내거나 인격을 훼손하지 않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것들을 지키려 노력했다”고도 했다.

 

“부모가 냉정해야 아이가 강해진다.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를 컨트롤할 힘을 길러주어야 했다.

자기가 자기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면

어떤 상황도 통제할 수 없다.

통제하지 않으면 통제된다.

공도, 삶도 스스로 컨트롤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5

◇#못말리는부자케미

손 감독의 매서운 인상 탓에 일부에선 손웅정·손흥민 부자를 권위적인 관계로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훈련할 때 한정이다. “축구를 벗어나면 두 사람은 서슴없이 농담을 주고받는 절친한 친구 같은 모습”이라는 게 두 사람을 지켜본 주변인의 얘기다. 축구계에서는 “두 부자의 성격적 케미가 좋다”는 평가가 있었다. 손 감독이 매사 진지하고 엄격한 반면 손흥민은 낙천적이고 붙임성이 좋아 서로 성장의 시너지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손 감독을 두고 팬들은 “무서워 보이지만 아들밖에 모르는 ‘츤데레’ 같다”고도 한다. 손 감독은 늘 경기에 나서는 아들을 안아주며 “오늘도 마음 비우고 욕심 버리고 승패를 떠나서 행복한 경기 하고 오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날 제대로 밥 한 끼 먹지 못한다.

 

“흥민이 경기가 있는 날이면 나는 밥 먹는 것을 포기한다.

흥민이 경기하는 날 뭘 먹었다 하면 체하지 않는 날이 없기 때문이다.

관람석의 나는 굳어진 얼굴을 한시도 펼 수 없을 정도로 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를 보는 내 마음속 소리는

오직 ‘오늘도 흥민이가 부상 없이 행복한 경기를 마쳐야 할 텐데…’이다.

한번도 마음 편히 경기를 관람한 적 없는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 선수의 경기를 마음 편히 볼 수 없는 운명이다.”

 
 

배준용 기자  주말뉴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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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실력도 기술도 사람 됨됨이도, 기본을 지키는 손웅정의 삶의 철학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축구선수로서의 삶, 아버지로서의 삶, 지도자로서의 삶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로 빚어낸 강건한 신념과 철학! “나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이다” - 손흥민 ‘겸손하라. 네게 주

book.naver.com

 
저자 손웅정|수오서재 |2021.10.15
페이지 284|ISBN  16,000원

축구선수로서의 삶, 아버지로서의 삶, 지도자로서의 삶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로 빚어낸 강건한 신념과 철학!
“나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이다” - 손흥민


‘겸손하라. 네게 주어진 모든 것들은 다 너의 것이 아니다’, ‘감사하라. 세상은 감사하는 자의 것이다’, ‘삶을 멀리 봐라.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라’…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이자 축구 지도자로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손웅정 감독의 메시지는 ‘삶의 본질’에 초점이 맞춰 있다. 축구선수로 뛰던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며 ‘나처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손흥민 선수를 직접 교육했고,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술을 가르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닌 선수로, 사람으로 길러야 한다고 믿었다. 손웅정의 교육 방향, 삶의 방식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는 이 책을 통해 최초로 자신의 삶의 궤적과 생각들을 담담히 풀어놓았다.

그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의 철학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어린 시절 가난도 막을 수 없던 축구에 대한 의지, 축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를 담금질한 시간들, 프로선수 시절과 은퇴 후 녹록하지 않던 시절 이야기, 아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며 연구하고 개발한 훈련법들, 손흥민 선수와 함께 독일과 영국에서 생활하며 쌓아온 생각들…. 평생에 걸쳐 책으로 받은 은혜가 너무도 컸다고 말하는 손웅정 감독은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을 담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했던 손웅정의 축구 철학, 교육 철학, 삶의 철학은 우리 삶의 또 하나의 지침서가 될 것이다.

[예스24 제공]

 

저자소개

손웅정

대한민국의 전 축구선수, 축구 지도자.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축구를 하기 위해 중학생 시절 홀로 춘천으로 이주했다. 춘천고등학교 졸업 후 명지대학교에 입학했으나 그해 상무에 입단해 3년간 상무불사조 소속으로 뛰었다. 이후 현대호랑이(현 울산현대), 일화천마(현 성남FC)에서 프로선수로 활동했다. 일화천마의 창단 첫 승, 결승골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1986년, 87년 국가대표 B팀으로 선발되는 등 활발한 경기력을 보이던 중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1990년 이른 은퇴를 했다.

은퇴 후 생계를 위해 일용직, 막노동 일을 찾아 하면서도 축구만 생각한 그는 자신의 부끄러운 실력을 반추하며 ‘기본기’의 중요성에 집중했다. 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본기와 인성이라 보며, 꾸준하고 끈질긴 노력, 감사와 존중의 마음, 겸손하고 성실한 태도를 강조해왔다. 그 생각을 바탕으로 두 아들의 축구를 직접 지도했고, 유소년 축구 교육 센터 ‘손축구아카데미’를 설립했다. ‘배우는 사람보다 가르치는 사람에 대한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지금도 독서와 운동, 훈련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며, 축구선수 아들 케어에 매진하고 있다.

[예스24 제공]

목차

들어가며_부끄러움을 무릅쓰고

1. 성찰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폭풍우가 와도 축구
진짜 중요한 것
축구보다 사람이 먼저다
아들을 바라보는 아비의 마음
나는 나의 축구 이야기가 싫다
축구 무지하게 힘들어. 그래도 할래?

2. 집념
“세상에 공짜는 없다”


쌀 다섯 말이 필요했다
그렇게 축구는 내 인생 안으로 들어왔다
반복되는 불합리함 속에서
아닌 건 아닌 거다
연습벌레의 하루

3. 기본
“당장의 성적이 아닌 미래에 투자하라”


나처럼 하면 안 된다
혜성은 없다
아들아, 네 삶을 살아라
압정을 꽂고 달리던 시간
반복의 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볼보이

4. 철학
“죽을 때까지 공부는 멈출 수 없다”


무식한 자의 독서법
가정은 최초의, 최고의 학교
미쳐야 미친다-나만의 훈련법 만들기
성공 안에서 길을 잃지 말라
세 가지 가르침
판을 깔아주고 싶었다

5. 기회
“기회는 준비가 행운을 만났을 때 생긴다”


나도 그만두겠다
두 번의 훈련병 생활
기회를 주는 사람, 기회가 있는 세상
내가 흥민이에게 하는 말들
나의 아킬레스건
기회의 신

6. 감사와 겸손
“축구에서는 위를 보고 삶에서는 아래를 보라”


밥 짓는 아비
운칠기삼
누구에게나 위기는 찾아온다
아직,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여름날의 지옥훈련
배짱과 겸손

7. 행복
“행복한 자가 진정한 승자”


삶의 조력자, 삶의 버팀목
한 그루의 나무를 키우기 위해
운동장에서 피어나는 꿈
제로부터 다시 시작하는 삶

나가며_하루 세 번 나를 돌아보며

[예스24 제공]

출판사 서평

축구선수로서의 삶, 아버지로서의 삶, 지도자로서의 삶,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로 빚어낸 강건한 신념과 철학!


“나는 나의 축구 이야기가 부끄럽다. 축구를 모르면서 축구를 했다. 나는 ‘마발이’ 삼류 선수였다. 공도 다룰 줄 모르면서 공을 찼다.” 대한민국 전 축구선수이자 축구 지도자, 그리고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이자 스승인 손웅정 감독은 자신의 현역 시절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빠른 발 덕분에 선수로 버틸 수 있었으나 기본기와 기술은 부족했고, 독기 품고 악바리같이 몰아붙였으나 축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였다고. 스스로에 대해 박한 평가를 내리는 그는 스물여덟 이른 나이에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은퇴했다. 아킬레스건 부상이 축구 인생에서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은퇴 후의 삶은 녹록하지 않았다. 프로축구선수는 과거일 뿐.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개똥밭에 구르든 불구덩이에 뛰어들든 자식을 위해 끝없이 책임을 지고 사랑을 쏟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손 감독은 막노동, 헬스 트레이너, 초등학교 방과 후 강사, 시설 관리 일 등 투잡, 쓰리잡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형편은 쉬이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궁핍한 살림 속에서 운동과 독서만큼은 단 하루도 빼먹지 않았고, 막노동을 나가는 날에도 운동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새벽 3시 반에라도 일어나 개인 운동을 했다. 어려웠지만 아이들만큼은 가난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하도록 하고 싶었고, 돈을 많이 버는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시간만큼은 원 없이 함께 보내는 아버지가 되고자 했다.

손웅정 감독의 삶의 책장은 초등학교 3학년이던 둘째아들이 축구를 가르쳐달라고 진지하게 청을 하면서 한 페이지 넘어갔다. ‘자유라는 연료가 마음껏 타올랐을 때 비로소 창의성을 발휘하고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손 감독은 그때까지 아이들에게 신나게 뛰어놀라고 말했을 뿐이다. 아이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재능을 지녔는지 초등학교 졸업 전까지 발견하면 좋겠다는 바람이었고, 마음껏 뛰어놀던 아들은 축구를 택했다. 쉬운 길이 아님을, 보통 각오로는 할 수 없다는 이야기로 재차 묻고 확인했지만 어린 아들은 축구 앞에서 물러날 기미가 없었다.

그때부터 시작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기본기 훈련이. 자신의 축구 인생을 반추하며 손 감독은 ‘나처럼 하면 안 된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만큼은 나와 정반대의 시스템으로 지도하겠다’ 다짐했다. 훈련은 혹독했으나 아버지로서의 사랑은 지극했고, 아들을 가르치는 일이니 철저하고 꼼꼼하게 훈련 프로그램을 완성해나갔다. 손 감독에게 ‘기본기’는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단 하나의 진리였다.

“축구선수로 힘들게 고생한 아버지로서 아들이 축구를 한다고 했을 때 말리고 싶지 않았냐고요? 아니요. 본인이 선택한 길, 본인이 행복하면 됐지요. 축구선수로 재능이 보여 아이를 그 길로 가게 했느냐고요? 아니요. 축구가 좋다니 할 수 있도록 도왔을 뿐입니다. 아이가 원하는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아이가 축구를 원하니까. 힘들다 해도 매 순간 재미있게, 그렇게 사는 게 진짜 인생이니까요.” -책 속에서


“나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이다.”-손흥민
축구로 인생을 배운 손웅정 감독의 이야기, 우리 삶의 또 하나의 지침서!


자신의 삶에서 축구를 빼면 남는 것은 책 읽기뿐이라고 말하는 손웅정 감독이었지만 정작 책을 출간하기까지 망설임은 매우 컸다. 주제넘은 일이라는 생각과 내세울 이야기도, 세상에 낼 목소리도 없다는 염려가 앞섰지만 사람들의 요청과 질문이 이어졌다. 평생에 걸쳐 책에게 받은 은혜가 너무도 컸기에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을 담아 어렵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어떻게 아이들을 지도하고 교육했는지, 어떤 훈련을 했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는지, 손 감독에게 묻는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한 권의 책 안에 오롯이 담아냈다.

그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의 철학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어린 시절 가난도 막을 수 없던 축구에 대한 의지, 축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를 담금질한 시간들, 프로선수 시절과 은퇴 후 녹록하지 않던 시절 이야기, 아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며 연구하고 개발한 훈련법들, 손흥민 선수와 함께 독일과 영국에서 생활하며 쌓아온 생각들, 다가올 미래에 대한 고찰까지…. 우연히 축구를 만난 손 감독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삶의 근간이 되어주는 키워드인 기본, 집념, 성실, 겸손, 감사 등을 주제로 책을 엮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최초로 자신의 삶의 궤적과 생각들을 담담히 풀어놓았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축구를 사랑하고, 축구를 통해 삶을 배우고 성찰한, 때문에 ‘축구가 내 인생의 지침서’였다고 말하는 손 감독의 이야기는 우리 삶의 또 다른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아이들 미래만 생각해야 한다. 경기를 치렀는데 졌다? 그러면 “그래, 지금 졌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어야 한다. “한두 경기만 하고 그만둘 것 아니잖아. 괜찮아, 자신감 가져, 이제부터야.” 이렇게 격려해주어야 한다. 나도 무슨 대단한 철학으로 시작한 건 결코 아니었다. 내 오류를 두 번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심, 다른 방식으로 내 아이를 가르쳐보고 싶다는 욕심이었을 뿐이다. 그 생각으로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지금도 매일 생각한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책 속에서


실패를 딛는 힘, 긍정의 에너지, 적극적인 인생관과 겸손한 태도…
손웅정 감독의 축구 철학, 교육 철학, 삶의 철학


‘겸손하라. 네게 주어진 모든 것들은 다 너의 것이 아니다’, ‘감사하라. 세상은 감사하는 자의 것이다’, ‘삶을 멀리 봐라.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라’… 손웅정 감독의 메시지는 ‘삶의 본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의 어록은 축구 팬들을 넘어 온라인상에서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손 감독은 지도자로서 축구의 기술을 가르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닌 선수로, 사람으로 길러야 한다고 믿었다. 또한 아버지로서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는 사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싶었다. 손흥민 선수는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제 축구의 선배이자, 축구 친구이자, 축구 스승이자, 정말 좋은 아버지. 저에게는 모든 것이 완벽한 아버지”라고 말했다. 꾸준하고 끈질긴 노력, 감사와 존중의 마음, 겸손하고 성실한 태도를 강조해온 손 감독의 교육관은 손흥민 선수가 보여준 실력과 인성, 태도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나는 내 아이들을 존중하며, 그들이 삶의 중심을 잃지 않도록 응원하고 조력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다”고 말하는 손 감독은 자신의 두 아들뿐 아니라 축구를 목표로 하는 아이들에게 든든한 조력자, 버팀목이 되고자 한다. ‘당장의 성적이 아닌 미래에 투자하라. 아이들 일에 실패란 없다. 오직 경험만이 있을 뿐이다. 성공을 생각하지 말고 성장을 생각하라.’ 손 감독의 신념은 축구 분야를 넘어 부모와 지도자, 교육자들에게 많은 화두를 던진다. ‘배우는 사람보다 가르치는 사람에 대한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지금도 독서와 운동, 훈련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고 있는 손웅정 감독. 담박한 삶, 단순한 삶,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그는 오로지 자신의 삶을 통해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빚어낸다.

“삶을 멀리 봐라. 그리고 욕심을 내려놓아라.”
나는 농부의 입장에서 흥민이에게 항상 이야기한다.
“올 시즌에는 상황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올 시즌 조금 어려웠다고 내년 시즌이 어렵다고 볼 수 없다. 농부가 올해 풍년이 들면 다음 해에 흉년이 들 수도 있고, 올해 흉년 들었는데 내년에는 풍년이 들 수도 있는 거다. 그것이 삶이고 그것이 자연의 이치다. 계속 풍년만 들기를 바라는 것이 욕심이다.”
운동선수에게 승패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승패에 연연하는 마음을 초월할 수 있다. 오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해도 오늘 축구를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할 수 있는 선수. 오늘 경기가 잘 풀렸다면 그 행복감을 만끽하는 선수. 돈과 명예를 떠나 공을 찰 수 있음에 감사와 행복을 느끼는 선수. 멀리 봤을 때 나는 이것이 답이라 생각한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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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정말 중요한 것은 표적지나 상장 같은 사물이 아니다. 핵심은 내가 최선을 다했고 그와 더불어 해야 할 일을 행복하게 잘 마쳤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 일에 얼마나 성실히 임했는가.’ 중요한 것은 본질이 무엇이냐를 아는 데 있다.
--- p.30, 「진짜 중요한 것」 중에서

지고 메고 공사판 비계를 오르면서 처음에는 누가 알아볼까 봐 내심 위축되는 기분이 들었다. 프로선수로 뛰던 손웅정이 막노동판에서 일한다고 수군대는 소리도 들려왔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남들이 하는 소리에 잠깐이나마 마음을 빼앗겼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워졌다. 날 때부터 프로선수였던 것도 아닌데, 프로로 좀 뛰었다고 그런 마음을 품다니 우스웠다. 일이 창피한 게 아니라 그걸 창피해했다는 것이 창피한 거였다.
살아가는 길이 하나뿐인 것도 아닌데, 왜 당당하고 떳떳하지 못했나. 내가 삶에 교만하고 오만하다는 증거였다. 왕년에 뭘 했든 처자식 입을거리 먹을거리 챙기지 못하는 놈팡이가 될 바에야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중요했다. 낮은 자세로 삶을 대해야 했다. 그러자 마음이 누그러졌다. 이 공사판 막노동은 삶을 성찰하고 현재의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개똥밭에서 구를 수도 있고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 수도 있다. 그게 가장이었다.
--- p.46, 「나는 나의 축구 이야기가 싫다」 중에서

중고등학생 시절, 혼자 새벽에 일어나 훈련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잠자리에서 몸은 일으켰는데 너무나 졸려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너, 지금 흘러가는 이 시간, 네 인생에서 다시는 안 와.”
그러면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는 없다고 하지요.
강물은 쉼 없이 흘러갑니다.
지금 이 시간도 한번 흘러가면 두 번 다시 내 인생에서 찾아오지 않을 시간입니다.
이 생각을 하면 아무리 피곤해도 벌떡 일어나졌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 p.93, 「연습벌레의 하루」 중에서

아이들의 자발적인 선택 이후에 직접 축구를 지도하기로 하면서 은근히 조바심이 생겼고 몸과 마음이 바빠졌다. 공부가 급했다. 나는 측면 공격수로 뛰는 프로선수였지만 선수 한 명 제칠 발기술이나 개인기를 전혀 완성시키지 못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축구였고, 스피드 하나 믿고 덤볐던 축구였다. 기본기가 없었고 그래도 성적은 내야 했다. 죽기 살기로 뛰었고 몸은 금방 망가졌다. 그러니 답은 명확했다.
‘나처럼 하면 안 된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만큼은 나와 정반대의 시스템을 갖추고 가르쳐야겠다고 결심했다. 이것이 내가 맨 처음에 정한 지도 철학이었다.
--- p.102, 「나처럼 하면 안 된다」 중에서

그래서 내린 결론은, 기본기에 답이 있다, 몸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축구의 비밀은 공에 있다, 이 세 가지 정도다. 축구에 왕도란 없다. 흥민이가 함부르크에서 처음 계약했을 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1군 팀 훈련에 참가했을 때, 분데스리가 데뷔 골을 넣었을 때 사람들은 “혜성처럼 나타난 선수”라고들 표현했다. 나는 흥민이뿐 아니라 그 누구도 그 어떤 분야에서도 “혜성은 없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 세상에 혜성같이 나타난 선수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기본기가 그때 비로소 발현된 것일 뿐이다.
--- p.105, 「혜성은 없다」 중에서

나에게 축구는 곧 나의 인생이다. 축구로 인해 많은 연구를 해야 했고 생각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행복했다. 지금도 축구공만 보면 그저 좋다. 혼자 운동장을 달리고 계단을 뛰어 오르내리다 축구 하는 꼬마 녀석들을 만나면 그네들과 공이라도 좀 차고 싶어서, 축구공이라도 주워주고 싶어서 주변을 맴돈다. 축구 하나만 보고 살아온 하루하루. 지금도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 p.119, 「압정을 꽂고 달리던 시간」 중에서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고 손가락질했다. 엄하게 혼낼 때는 “저거 아비도 아니다”라며 욕을 했고, 또 한편으론 “저렇게 혼자 감싸고 돌면서 무슨 선수를 만들겠냐”며 아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않고 품에 끼고 돈다고 흉을 봤다. 집도 가난한데 애들이랑 운동장에서 공이나 차고 있다며 한심한 미친놈 소리는 늘 따라붙었다. 제도권 밖에서 개인 훈련만 시키는 내게 ‘정신 나갔다’는 소리는 그나마 양반이었다.
나는 태생이 야인이었고 비주류였다. 또라이, 이단아 취급은 늘상이었지만 애초에 내 관심 밖의 일이다. 누구 도움을 받으려 한 적도 없고 누가 괜한 친절을 베풀며 곁을 주는 것도 달갑지 않다. 이제는 아들을 위해 헌신한다고 추켜세우며 그 세월 힘들지 않았느냐 묻는다. 나에 대해 누가 뭐라 하든 마음에 담아두고 신경 쓸 일도 아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말하고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선수는 손흥민이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볼보이라고.
내가 아들과 축구를 한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라고.
--- p.133,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볼보이」 중에서

책을 읽다가 좋은 부분을 접어 내 아이들에게 읽게 했던 것은 결국 인성을 위한 것이었다. 내가 아무리 축구에 미쳐 있는 놈이라 해도 내가 축구라는 매개로 의도하는 모든 행위는 딱 한 마디로 줄이면 결국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솜씨를 알려면 상차림을 보고,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려면 설거지를 보라는 말이 있듯이 어떤 분야든, 어떤 일을 하든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바르고 곧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균형 잡힌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올바른 태도를 지닐 수 있을지 책을 통해 잡아주고 싶었다. 나 역시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책을 집어 들었고, 내 아이들과도, 내가 만나고 접하는 모든 사람들과도 책의 이 놀라운 효용을 나누고 싶었다.
--- p.146, 「가정은 최초의, 최고의 학교」 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나는 어린 시절 고민했던 문제들을 다 끄집어내서 펼쳐놓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내가 배운 것만으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 연구하는 건 당연지사였고, 유럽축구선수권 대회, 월드컵 등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축구 경기들을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했다. 당시 VCR로 녹화한 VHS 비디오테이프가 200개가 넘었다. 그 비디오를 보고 또 봤다. 그 안에서 뛰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고 또 봤다.
‘지금 저 상황에서 저 선수처럼 저런 움직임을 완성하려면 어떤 기본 프로그램을 가지고 접근했을 때 진짜 기술로 만들 수 있을까?’
--- p.150, 「미쳐야 미친다--- p.나만의 훈련법 만들기」 중에서

그날 나는 흥민이를 꼭 안아주며 “고생했다”라고 말한 후, “네 노트북은 오늘 내가 가져가야겠다” 하고 노트북을 들고 숙소를 나섰다. 흥민이 노트북을 안고 새까만 새벽길을 걸어 내가 묵는 여관방으로 향하며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되뇌었다. 오늘 하루만 흥민이가 망각증에 걸렸으면 좋겠다고…….
감격스럽고 기뻐하고 기록해야 할 그날, 내가 가장 원했던 것은 흥민이가 그것을 잊는 것이었다.
--- p.157, 「성공 안에서 길을 잃지 말라」 중에서

“삶을 멀리 봐라. 그리고 욕심을 내려놓아라.”
나는 농부의 입장에서 흥민이에게 항상 이야기한다.
“올 시즌에는 상황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올 시즌 조금 어려웠다고 내년 시즌이 어렵다고 볼 수 없다. 농부가 올해 풍년이 들면 다음 해에 흉년이 들 수도 있고, 올해 흉년 들었는데 내년에는 풍년이 들 수도 있는 거다. 그것이 삶이고 그것이 자연의 이치다. 계속 풍년만 들기를 바라는 것이 욕심이다.”
운동선수에게 승패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승패에 연연하는 마음을 초월할 수 있다. 오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해도 오늘 축구를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할 수 있는 선수. 오늘 경기가 잘 풀렸다면 그 행복감을 만끽하는 선수. 돈과 명예를 떠나 공을 찰 수 있음에 감사와 행복을 느끼는 선수. 멀리 봤을 때 나는 이것이 답이라 생각한다.
--- p.201, 「내가 흥민이에게 하는 말들」 중에서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는 일은 언제라도 늦지 않다. 내가 알던 세상과 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 다른 삶이 존재한다는 걸 아는 순간 한없이 겸손해진다. 내가 이렇게 살 수 있었던 건, 모두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사실 또한 깨닫는다. 축구를 할 수 있었고, 아들과 함께 운동장을 뛸 수 있었다. 더 바랄 게 무엇이랴. 내가 흥민이를 가르친 시간이 있다 하더라도 그건 흥민이 인생에 지극히 일부분이다. 모든 것은 흥민이가 가진 실력이었고, 운이었고, 노력이었고, 투지였다.
당연한 일은 없다. 우리가 누리는 이 하루는 절대로 당연한 것이 아니다. --- p.227, 「운칠기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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