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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리-트러스~ 이탈리아 총리- 멜로니… 유럽 다시 ‘철의 여인’ 시대 오나

언제나오복의향기 2022. 8. 11. 06:00

트러스·멜로니… 유럽 다시 ‘철의 여인’ 시대 오나

‘강력한 우파 40대 여성’ 영국과 이탈리아 차기 총리 유력

파리=정철환 특파원  조선일보  입력 2022.08.05 03:00
 
 

보리스 존슨, 마리오 드라기 총리의 낙마로 새 지도자 선출을 앞둔 영국과 이탈리아가 모두 강경 우파 성향의 40대 여성 총리를 얻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영국에서는 보수당의 리즈 트러스(47) 외무·영연방개발부 장관이, 이탈리아에서는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들(FdI) 당수가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정치에서 마거릿 대처 이후 40여 년 만에 다시금 ‘철의 여인’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리즈 트러스(왼쪽) 영국 외무·영연방개발부 장관이 1일(현지 시각) 서남부 도시 엑서터에서 열린 보수당 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이탈리아형제들’을 이끌고 있는 조르자 멜로니 당수가 지난해 7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저서 발표회에 참석해 이야기하는 모습. 두 사람은 각각 영국과 이탈리아의 유력 차기 총리 후보로 떠올랐다. /로이터 뉴스1, 게티이미지코리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3일(현지 시각)

“지난달 29일부터 5일간 보수당원 10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총리 여론조사에서 트러스 장관이 60%의 지지율을 보여 경쟁자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26%)을 크게 앞섰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20만명의 영국 보수당원을 대상으로 지난 1일 시작된 당대표 선출 투표에 맞춰 이뤄졌다. 우편과 인터넷으로 이뤄지는 투표 결과는 다음 달 5일 발표된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는 “지난달 20일 조사 결과(트러스 49%, 수낙 31%)와 비교해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트러스 장관이 전 연령대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영국 보수당 중진으로 수낙 전 장관의 정치 멘토였던 사지드 자비드 전 보건장관이 이날 트러스 장관 지지를 선언하면서 대세는 트러스 장관으로 급격하게 기우는 분위기다.

 

자비드 전 장관은 “수낙 전 장관은 영국을 고세금·저성장 경제로 이끌 것”이라며 “영국이 세계적 영향력과 권력을 상실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수낙 전 장관의 세금 정책과 친중(親中) 성향, 소극적 대외정책관 등을 저격한 것이다.

 

트러스 장관은 정반대로 감세와 기업 경쟁력 강화, 정부 효율화 등 전형적 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추구한다. 또 뚜렷한 반중·반러 노선을 보이며 국제사회에서 영국의 존재감을 키워가겠다는 입장이다. 열렬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옹호론자인 트러스 장관은 여러 면에서 ‘철의 여인’으로 불린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 유사한 노선을 추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탈리아에서는 멜로니가 당수인 극우 성향 FdI의 지지율이 계속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FdI와 극우 성향의 동맹(Lega), 중도 우파 전진이탈리아(FI) 등 우파 연합은 “다음 달 25일 조기 총선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는 당이 총리 추천권을 갖는다”고 합의한 상태다.

이탈리아 정치 여론조사 기관 테르모메트로 폴리티카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FdI는 24%의 지지율을 보이면서 가장 앞서 있다. 중도 좌파 민주당(PD)이 23%로 2위, Lega가 15%로 3위, 범좌파 오성운동(M5S)과 FI가 각각 12%, 8%의 지지율로 그 뒤를 이었다.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지금 판세가 계속 이어지면 우파 연합이 정권을 차지하고 멜로니 FdI 당수가 새 총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멜로니 당수는 로마의 서민 가정 출신이다. 가정을 버린 아버지 때문에 홀어머니 아래서 자랐다.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바텐더, 웨이트리스, 유모 등의 직업을 전전했다. 이런 삶의 궤적 때문에 대중적 인기가 높아 우파의 ‘얼굴’ 역할을 해왔다. 15세에 극우 성향 ‘이탈리아사회운동(MSI)’ 청년 조직에서 정치 활동을 시작, 지난 2006년 29세에 하원 의원이 됐다. 2008년에는 당시 베를루스코니 내각의 청년부 장관이 되며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31세) 장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멜로니 당수는 이탈리아의 EU 탈퇴를 옹호하고, 경제·사회 정책에서 포퓰리즘적 성향을 보여왔다.

특히 난민 유입과 동성애에 극도로 부정적이다. 이로 인해 “네오파시스트 아니냐”는 의심도 계속 받고 있다. 그러나 총리직 도전을 앞두고 최근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난민 정책과 성 소수자 문제에 대한 발언을 삼가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이탈리아가 EU의 단결에 약한 고리가 될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의 항전을 위한 무기 지원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멜로니는 총리가 될 경우 (극우에서) ‘강력한 보수주의’ 노선으로 변화해 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