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가 찍은 리튬 가격…K-배터리 "오히려 좋아" 외치는 이유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2.9.3
[원자재로 살아남기]리튬 가격 상승이 韓 배터리 업체에겐 호재?
'배터리의 쌀'로 불리는 리튬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전세계 인플레이션과 공급난 때문이다. 리튬 상승으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오히려 배터리 업체들에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일 탄산리튬 가격은 1kg당 475.5위안을 기록했다. 리튬 가격은 지난달 24일 1kg당 475.5위안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최근 리튬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중국의 전력난이 꼽힌다. 중국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냉방수요가 급증해 산업지역의 전력사용이 제한됐다. 그중 중국 전체 리튬 생산량의 29%를 차지하는 쓰촨성 일대는 일부 리튬 정제 공장이 문을 닫기도 했다.
중국의 리튬 생산량은 전체 생산량의 13%다. 하지만 중국에서 절반 이상의 리튬이 산업용 등으로 정제된다. 이에 리튬 공급 부족 우려가 발생하면서 리튬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은 것이다.
시장분석기업 리스타드 에너지의 수잔 조우 연구원은 "리튬 가격이 곧 1톤당 50만위안(1kg당 500위안)까지 오를 것"이라며 "이번 중국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리튬 생산량이 최소 1200톤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튬 가격은 그간 전기차 배터리 소재로 각광받으며 상승세를 보였다. 리튬은 배터리 내 양극재, 전해액 등 4대 핵심소재에 주로 쓰인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1일(115위안)과 비교했을 땐 4배 이상 뛰었다.
특히 올해 초부터 리튬 가격은 가파르게 올랐다. 남아메리카 자원민족주의 움직임 때문이다. 리튬 매장량이 많은 칠레,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좌파 성향의 지도자들이 주요 리튬광산을 국유화하면서 공급 제한 우려가 발생한 것.
지난 3월 좌파 성향의 칠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리튬광산 국유화를 골자로 한 제안서를 국회에 냈다. 칠레 제헌의회에선 해당 발의안을 통과시켰다. 다음달 국민투표에서 가결 여부가 결정되면 정부가 리튬 생산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된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원가 부담이 커져 배터리 업체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오히려 리튬 가격 상승이 LG에너지솔루션 (482,000원 ▲19,000 +4.10%), 삼성SDI (576,000원 ▲1,000 +0.17%), SK온 등 한국 배터리 관련 업체들에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니켈, 코발트, 망간을 주로 쓰는 NCM 배터리가 주력이다. NCM 전해질에 리튬이 들어가지만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LFP 배터리에 비해 리튬 사용이 적다. LFP 배터리는 리튬과 인산철이 주 재료다.
LFP 배터리는 코발트와 니켈 대신 철을 사용했기에 NCM 배터리보다 생산단가가 낮은 편이다. 하지만 다른 주 재료인 리튬 가격이 상승해 LFP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NCM 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구성중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완성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를 찾았던 건 가격 경쟁력 때문이었으나 리튬 가격이 상승하면 그만큼의 매력이 희석된다"며 "NCM과 LFP 배터리 사이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게 되면 중국 배터리 업체에겐 타격이 가나 오히려 국내 업체들에겐 상대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리튬 가격 상승이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게 마냥 좋다고 볼 수 만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완성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 탑재를 늘리고 있어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LFP 배터리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리튬 가격 상승이 이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중국 난징 공장의 생산라인을 LFP 배터리 생산 라인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아울러 NCM 배터리에도 리튬이 쓰이기 때문에 전방산업으로의 판가전이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내 배터리 업체에게도 비용 부담이 생길 수도 있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 전기차 업체들의 가격을 올라면서 배터리 업체들이 판가 전이를 시킬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전기차 가격이 올라 소비자 수요가 줄면 배터리 업체들에게도 리튬 가격 상승에 대한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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