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문의 역사의 교차로에서]
野대표 피습의 풀리지 않는 궁금증 …
'탐정의 눈'으로 파헤치는 국민들
새해 벽두에 일어 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대표의 피습사건이 국민에게 탐정실습 과정을 제공하는 듯하다.
이 대표의 피습은 야릇하고 비상식적인 사건이라서 국민의 추리욕구를 부추긴다. 특히 유튜버들은 범인이 어떤 도구로 어떻게 가격을 해서 이 대표에게 어느 정도의 상해를 입혔으리라는 것부터 범인의 사건 전 동선, 조력자의 유무, 가해 목적 등을 유추해내느라 추위조차 잊은 듯했다.
여러 유튜브에서 영상분석을 위해서 거듭거듭 앞으로, 뒤로 슬로모션으로 영상을 재생해 주어서 시청자들도 스크린 앞에 바짝 다가앉아서 나름대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이것은 물론 그 사건으로 인해 이 대표가 별 위해를 입지 않았고 아마도 차제에 일류병원의 특급병실에서 편안한 휴식을 즐기고 있으리라고 믿었기 때문이리라.
필자 역시 평소보다 훨씬 많은 시간 유튜브를 보았다. 무슨 새로운 발표나 증거, 단서가 나왔을까 해서이다.
그런데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건의 디테일, 피의자의 신상정보, 그가 작성했다는 변명문, 그에게 차편을 제공한 조력자(?) 기타 단서에 대한 경찰의 발표는 매우 더디고 인색했다. 그리고 부족한 발표나마 영상에 명백히 나타나는 정황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답답한 나머지 내가 유튜버들의 의견을 참고로 재구성한 사건의 정황은, 가격(加擊)한 흉기(라기보다 도구)는 무시무시하게 날카로운 칼날이 아니고 젓가락 같은 막대기에다가 손바닥만 한 하얀 네모난 종이를 붙인, 정당응원집회 같은 데서 쓰이는 종이 깃발 같은 것이라는 것이다.
상처에 대해서는 한명 이상의 유튜버가, 가해자는 왼손에 날카로운 칼을 들고 있었으나 이재명에게 사인을 핑계로 다가가서는 칼을 든 왼손은 쓰지 않고 종이 깃발을 든 오른손을 갑자기 뻗어서 가해자의 오른쪽 엄지손톱 또는 깃대가 이재명의 왼쪽 옆 목을 긁고 지나가면서 눌러서 피부가 찢어지는 ‘열상’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고 정확한 분석 같다. 내가 추가하고 싶은 사항은, 가격을 당한 후 이재명은 처음엔 1~2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가 목이 눌리는 듯이 순간적으로 숨이 막히면서 구토가 복받칠 듯한 표정이었고 곧 가해자가 떠미는 힘과 몰려든 지지자들의 에워쌈 때문에 뒤로 넘어져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이 사건은 한눈에 보기에도 상해 정도가 경미해서 대부분 국민은 느긋하게 관망했는데 이재명의 극렬 지지자들은 하늘의 보우하심을 감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는지 모르겠다. 이재명은 지난 10일에 퇴원하면서 대국민 성명에서 ‘상대를 죽여 없애야하는 전쟁 같은 정치를 종식해야 한다’ 면서 그 ‘피습’사건이 자신에 대한 암살기도라고 시사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가 어느 날부터 죽음의 정치가 되었는데 살림의 정치로 되돌리겠다’고 선언했다. 그 말에 나는 즉각 그의 측근으로서 의문의 죽음을 맞은 다섯사람을 떠올렸는데 우리 국민 중에 그 말에 감동을 받아서 그가 살림의 정치를 베풀 날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까? 그날을 보기엔 100세, 120세 수명도 부족할 것 같다.
이재명은 그 사건 바로 전날인 1월 1일 봉화마을에 가서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적고서 사건이 나자 부산대병원의 외상센터를 거부하고 국고에 2000만원의 손실을 끼치면서 응급 헬리콥터를 동원해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처사를 후회하고 있을까?
그 조처의 파장을 그는 예측하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사건 직후부터 그는 의식이 있었다고 한다) 그 조처의 파장이 그토록 클 줄 알았다면 그렇게 못했겠지만 나의 추측으로는 그 결정에는 단순히 ‘좋은 병원’에 대한 욕심과 가족의 면회 편의 이상의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위험한 추측을 해 보자면 부산대병원은 민주당의 입김이 덜 먹히기 때문에 병원 측에서 그의 상처가 아이들이 장난하다가 찢어진 정도라고 사실대로 발표를 하면 그 사건을 ‘백범 암살 급의 국가적 위기’로 윤색하기가 어렵게 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반면에 민주당 의원들과 안면이 두터운(?) 서울대학병원에서는 민주당의 주장에 좀 더 협조적일 것으로 기대했을 수 있다. 그러니까 서울대병원이 단 한 번의 간략한 브리핑만 한 것이 나름대로 ‘협조’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헬리콥터 문제로 돌아온다면, 민주당은 국법상 응급헬리콥터를 이용할 자격이 없는 환자를 위력으로(?) 헬리콥터를 동원해서 서울로 옮긴 사실에 대해서 정식으로 사과도 하지 않았고 소요된 비용을 배상하겠다는 의사 표시도 없었다. 무슨 특권의식이며 거대한 반칙인가.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애초에 경찰이 발표한 바와 같이 ‘열상’을 입은 것이 아니고 ‘자상’을 입었고 그것도 1㎝ 길이가 아니라 그 두배인 2㎝의 자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위에서 짚은 바와 같이 피격 직후 이재명 대표의 표정에서는 기도가 막혀서 괴로운 듯한 표정은 잠시 나타났지만 칼에 찔린 고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칼에 찔리거나 베었다면 피가 (경동맥의 경우) 콸콸 쏟아지거나 (경정맥의 경우) 흘러나와야 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손수건과 거즈로 상처를 눌렀지만 피가 배지 않았다.
민주당 발표는 ‘피가 흥건했다’고 하는데 피가 흥건할 정도라면 어떻게 이 대표의 와이셔츠 칼라와 윗도리에 피가 거의 (또는 전혀) 안 묻었고 (외국 같으면 이 셔츠는 응급실 도착 즉시 여러 각도에서 촬영되어 매스컴에 공개되고 주요증거물로 보존이 되었을 것이다) 또 민주당은 가해자가 작년엔가 샀다는 10만원 상당의 스트롱암 상표 칼을 칼등 부분도 갈아서 쌍날 칼로 만들어 범행을 했다는 듯이 말했지만 그 칼의 사진에는 전혀 혈흔이 없고, 유튜브에 보였던 범인의 왼손에 들려있었다는 날카로운 흉기는 쪽가위(가위를 분리해서 한쪽을 제거한 나머지)가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범인이 칼이든 쪽가위든 그것이 범행도구였다고 주장하기 위해서 범행당시 지니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피가 묻은 (희미한 피의 흔적이라도 있는) 예리한 흉기는 없었다. 피는 범행 직후 지지자들이 상처를 누른 손수건에도, 상처와 닿은 와이셔츠에도 거의 흔적이 없고 쓰러져 누운 이재명의 목 아래에 뜬금없이 피가 고여 있었다. 물리학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는 현상이다. 그런데 그 피는 사건 현장이 말끔히 청소되면서 사라져서, 누구의 혈액인지 진짜 혈액이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한 유튜버는 이재명이 쓰러지는 순간의 영상을 반복해 보여주면서 이재명이 가격을 당해서 뒤로 넘어가면서 위로 추켜진 오른손에 들려진 가짜혈액(통칭 돼지 피) 캡슐을 강조해 보여주었는데, 짧은 대롱 속에 가짜 혈액이 들어있고 마개를 뽑으면 그 액체가 흘러나오게 되어있는, 핼러윈 유희 등에서 쓰는, 도구인 모양이다. 그 유튜버는 그 캡슐을 이재명이 단단히 쥐고 있었던 이유가 자기가 가격을 당하면 캡슐에 담긴 피를 짜서 상처에서 피가 쏟아진 것처럼 보이게 하려던 것이라고 했다. 논리적으론 그럴듯한 추론이지만 아무리 담대하고 민첩한 이재명이라도 그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침착할 수 있었을까, 모르겠다.
아무튼 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미니드라마가 다가오는 총선에서 우리나라의 운명을 결정할지도 모르니 다음을 비롯한 진실이 정확히 밝혀져야 우리나라의 운명이 억울하게 뒤집히는 일이 없을 것이다.
1. 이 사건은 암살기도였는가? 혹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모한 자작극일까?
가해자가 사건 전날부터 창원, 봉화마을 등지에 가서 사전답사를 하며 이재명이 다음날 나타날 장소를 확인한 것,
그에게 숙소까지 벤츠차를 태워 준 낯선 사람, 그리고 그의 ‘변명문’을 여러 곳으로 발송해 주겠다고 약속한 낯선 사람의 정체, 변명문의 수취인으로 의도된 사람들, 작년에만 해도 여러 달 가게 임대료도 내지 못한 가해자가 어떻게 거사자금을 마련했는가? 가해자가 팔을 갑자기 뻗치는 연습을 거듭 하는 영상도 있었는데, 그는 무술 경력이 있는 사람인가?
그 외에 조력자로 의심되는 인물은 없는가? 그리고 수사의 기본 중 기본인 현장보존의 원칙을 무시하고 범행현장을 철저히 물청소를 해서 증거를 말살하도록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5. 가해자가 작성했다는 변명문은 전문을 공개해서 여러 사람이 분석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변명문이라는 것이 요령부득의 과대망상적인 문서일 수 있지만 아무리 두서 없는 글이라도 범죄인이 직접 작성한 것이면 그의 정신상태에 대한 단서가 여기저기 숨어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임의적 요약으로는 엄청난 왜곡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이 공개되어야 한다.
6. 이 대표의 상처의 모습과 수술광경이 담긴 영상은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
(상처를 즉시 촬영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촬영, 공개해서 사건 당시의 상해 정도를 유추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것은 다수 국민의 의문해소를 위해 필수적이고 만약 ‘음모론’, ‘자작극’ 등의 의심이 대두된다면 이런 많은 의문에 대해 답하고 국민적 궁금증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정치판이 품위를 잃은 지 오래되었지만 이번의 기이한 사건과 그를 둘러싼 설왕설래는 우리 정치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하다. 이 사건을 김구, 여운형 암살사건 이후 초유의 암살미수사건이라고 규정한 이수진, 권인숙 두 민주당 의원도 현대사 공부를 이제부터라도 좀 했으면 좋겠다.
서지문 필자 주요 이력
▶이화여대 영문학과 학사 ▶미국 웨스트조지아대학 영문학 석사 ▶뉴욕 주립대학 영문학 박사 ▶1974년 이래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현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https://www.youtube.com/watch?v=1J_wYTOGBV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