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내 산업계에 모처럼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SK하이닉스가 포함된 컨소시엄이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부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내용이다.
알려진 대로 #도시바는 #메모리반도체 #낸드플래시를 개발한 원조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삼성전자에 이어 2위다. 일본의 자존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지중지 키워 온 ‘자식’을 내놓는 마음이 어떤지 일본 인터넷 댓글들을 보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런 일본이 한국을 걱정해주고 있다.
다음은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매각에 깊숙이 관여한
일본 경제부처 간부가 최근 친분 있는 한국 기업인을 만나 한 얘기다.
“#중국 공장에 가보니 생산라인에는 죄다 한국인 기술자가 붙어 있더라.
품질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해주는 사람은 일본인 기술 고문이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학한 중국인 젊은 경영자들은 이들과 협업하며 실력을 키우고 있다.”
과거 일본이 한국에 따라잡혔듯 한국도 아차 하는 사이에 중국에 따라잡힐 수 있다는 무거운 충고다.
빈말은 아니다.
중국은 2014년 6월 100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수입에 의존해 온 반도체를 국산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반도체 굴기’ 선언이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2015년 말 세계 4위 낸드플래시 업체인 #미국 샌디스크를 약 21조 원에 인수했다.
이후에도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대규모 생산라인 투자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선도 기업들이 끊임없이 긴장하는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다.
과거 일본 사례에서 보듯 후발 국가로의 기술 이전은 노력해도 시간을 벌 뿐이지 막을 방법은 없다.
깜빡 졸면 죽는 세상이다. 추격을 뿌리칠 돌파구는 한발 앞서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투자하는 길뿐이다.
그중 한 분야가 비메모리 반도체다.
연 400조 원 규모의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비중은 77%에 이른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의 시장이 커지면서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급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패망 직전까지 몰렸던 #소니가 부활한 핵심 원동력 중 하나도 비메모리 반도체인 ‘이미지 센서’다.
한국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미국 #인텔, #브로드컴, #퀄컴에 한참 뒤처져 있다.
삼성전자가 3.1% 시장점유율로 겨우 5위에 올라 있을 뿐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두뇌’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서 성과를 내면서
지난해 겨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아직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이다.
기업들이 요즘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데 뭔 엄살이냐고 핀잔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실적은 3, 4년 전 이뤄진 투자의 과실일 뿐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미래 성장동력인 자동차 전장사업의 경우
9조4000억 원을 들여 미국 #하만을 인수하는 데까진 나갔지만
총수 부재 속에 본격적인 다음 투자는 제자리걸음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주위의 반대를 뿌리치고
#반도체 산업을 처음 일으켰을 때의 ‘절박감’을 찾아볼 수 없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창의력으로 글로벌 시장의 최전선에서
미래를 이끌어야 할 청년들은 경쟁을 피해 앞다퉈 ‘#공시족’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몇 년 후 주력 산업을 송두리째 중국에 내준 채 망연자실해 있을 #한국 경제의 미래가 두려울 뿐이다.
배극인 산업부장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