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생각하는 여유/6.시사.

무장한 북한군 추격조가 MDL 남쪽으로 넘어온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을 수 있는 셈이다

언제나오복의향기 2017. 11. 17. 10:07

동영상서 멈칫한 장면 포착" MDL, 지면에 표시 없고 10~20m 간격 말뚝뿐
북한군 넘는 것 보고도 조치 없었다면 더 큰 논란

  • 안두원 기자  매일경제 입력 : 2017.11.16 17:53:18   수정 : 2017.11.17 08:11:08

 

정전협정 위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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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한 북한 병사의 귀순 당시 이를 막기 위해

 뒤쫓던 북한군 일부가 군사분계선(MDL) 남쪽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나왔다.

군 소식통은 16일 "JSA 내부에 설치된 CCTV에 찍힌 당시 동영상에

북한군 추격조가 쫓아오다가 중간에 갑자기 멈칫했다가 황급히 북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JSA 내 북한 병력은 MDL 위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너무 남쪽으로 내려왔다고 판단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장한 북한군이 MDL 남쪽으로 넘어온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을 수 있는 셈이다.

군은 지금까지 북한 추격조가 쏜 총이 남쪽 지역까지 넘어왔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북한군의 MDL상 움직임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

북한군이 MDL을 실제로 넘어섰는지는 군사정전위원회의 현장 조사에 따라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군정위 조사를 통해서만 MDL을 넘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까닭은

JSA 내부에 눈으로 확인되는 남북 간 경계선이 극히 일부에만 있기 때문이다.

JSA 전체는 동서 길이가 약 800m, 남북 길이가 약 400m로,

이 가운데 일반에 공개된 구역(안보관광지)에만 지면에 남북 간 경계가 표시돼 있다.

 

파란색 건물인 군정위 회의실(남북회담 장소)과 중립국감독위원회 사무실 사이 지면에 콘크리트 턱으로 표시된 것이 MDL이다.

그러나 북한군 병사가 귀순하고 이를 쫓는 추격조가 따라온 경로에는 지면에 MDL이 명확히 표시돼 있지 않다.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북한군 일부는 이 회의실 중간 이상을 넘어온 것으로 나타나

남측 경계선을 넘어왔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나머지 지역의 MDL 위치는 이곳 상황과 지형에 익숙한 사람만 알 수 있다.

군 관계자는 "판문점 내 MDL은 1976년 도끼 만행 사건 이후 흰색 말뚝을 10~20m마다 박아서 표시한 게 전부"라며

"지난 40년간 풍화작용 등으로 잘 보이지 않게 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비록 북한 군인이 넘어온 통로에 MDL을 표시하는 선이나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고 해도

 JSA 경비대 판문점 상황실에서는 충분히 이를 판단할 시스템이 갖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실에 설치된 모니터 화면에는 CCTV가 잡은 장면이 실시간 나타나는데 이 화면에 JSA 내 MDL을 표시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시간으로 봤다면 충분히 MDL을 넘은 상황을 인식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상황실에서 JSA 경비대원들이 북한군 추격조가 MDL을 넘은 것을 보고도 경고 방송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더 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북한군 추격조는 4명으로, 이들은 AK소총과 권총으로 귀순 병사에게 사격을 하며 뒤쫓아 왔다고 군은 설명했다.



군의 설명에 따르면 귀순한 병사가 운전하던 지프가 배수로에 빠진 곳에서 MDL까지는 약 10m 떨어져 있다.

 추격조 가운데 3명은 판문각(북측 건물) 앞길에서 달려왔기 때문에 귀순 병사에게 상당히 근접해 추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추격조는 귀순자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짧은 거리를 뒤쫓아 뛰어왔고,

이 과정에서 MDL을 순간적으로 넘었거나 혹은 MDL 바로 직전에 멈춰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공개가 예정됐던 판문점 내부 감시용 CCTV에 찍힌 귀순과 추격 장면은 공개 일정이 연기됐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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