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일성 화법이 대단하다고 하는데,
우리 문재인 대통령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도대체 뭘 그리 찬양하는지 모르겠네.
준비가 아직은 한참이나 덜 된 것 같은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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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 칭송하는 정리뉴스- -
과감하고 실용적인 김정은 화법···‘북한 3대’ 김일성·김정일 비교해보니
김일성 주석
김일성은 북한의 내각 수상에 이어 국가주석을 지내는 동안 매년 초 신년사를 직접 낭독했다.뒤를 이어 권력을 승계한 아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신년사를 서면으로 발표했다. 3대 세습을 마친 손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3년부터 할아버지와 같이 신년사를 육성으로 연설하고 있다.
3대에 걸친 북한 최고지도자들의 화법과 언변을 분석해보면 체제 유지를 위한 권위 확립은 물론 대중 선동을 위한 여러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김일성, ‘혁명 지도자’다운 어법과 음성
김일성 주석은 1994년 1월1일 생전 마지막으로 신년사 연설을 했다. 낮고 굵은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항일 유격대 출신으로 50년 가까이 철권통치를 한 독재자답게 대중 연설에 익숙한 모습이다.
인쇄된 종이를 보고 읽으며 중간중간 실수를 하거나 발음이 꼬이기도 하지만 당시 82세의 고령임을 감안하면 연설 능력이 뛰어난 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94년 1월1일 신년사를 연설하는 김일성 주석
김일성 주석의 ‘마지막 교시’(Last Instructions)라고 소개된 유튜브 동영상(1994년 촬영)을 보면 김 주석은 마이크가 달린 책상 앞에 앉아 국가 경제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다.
“농사 제일주의, 경공업 제일주의, 무역 제일주의. 이렇게 세 가지 제일주의인데. 화학비료를, OO화학하고 XX화학을 생산 정상화 하도록 맹글라우. 금년에 OO는 계획된대로 하고. XX는 5만톤 만들어야 돼. 그담에 시멘트를 우리가 정상화해야 돼. (…) 금속 문제를 마저 해결해야 되갔어. 금속은 우리가 구체적 대책을 세워야 된다, 전기하고 금속만 풀면 우리나라가 잘 살 수 있다.”
‘김일성 주석의 마지막 교시’라는 제목이 붙은 1994년 촬영 영상
말을 하며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거나 손을 흔드는 등 몸동작도 많다. 반말투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전하는 대목에서도 자신감이 엿보인다.(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전쟁 직전까지 갔던 1994년 ‘북핵 위기’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의 특사로 판문점을 통해 방북했다.)
물론 이런 어법엔 TV를 보는 북한 인민들의 반응을 고려한 치밀한 계산이 깔려있었으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팔을 벌려 크게 제스처를 취하며 말하는 김일성 주석
“내 이번에 카터 보고 회담 할 때 유엔에서 뭐 제재하겠다 하는데 할려면 해라. 이때까지 우리는 제재 받고 살았지 제재 안 받고 산 적이 없다. 다 제재한다 우리를. 제재 받고도 이만큼 살아나가는데 제재할려면 해라. 우리 못 살 거 뭐이가, 그랬더니 제재 취소하겠다. 그래 취소해도 좋고 안 해도 좋고 난 마찬가지다. 못 사는가 봐라, 우리 더 잘 산다…”
■파격과 유머로 ‘여유’ 보여준 김정일
김일성 사망 후 17년 동안 북한을 통치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말이 빠르고 표현이 장황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나름의 논리력과 특유의 거리낌없는 태도로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지도자다운 세련된 언변을 선보였고 유머 감각을 과시하기도 했다.
2000년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마중나와 반겼다.
그는 2000년 정상회담 때 예고 없이 평양 순안공항에 나타나 김대중 대통령을 영접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당시 남북 두 정상이 두 손을 맞잡은 장면은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하루 뒤 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외국 기자들을 포함해 한 1000여명의 기자들까지 기립박수를 쳤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그건 인사지요 뭐. 제가 무슨 큰 존재라고”라며 겸양을 표했다.
방북 첫날인 2000년 6월 13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환담하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청와대 제공
김 위원장은 이어 농담을 해 좌중을 웃겼다.
“외신들 그담에 구라파 사람들은 자꾸 뭐라고 하냐면, 왜 은둔생활을 하느냐.은둔생활을 하는 사람이 처음 나타났다.(김 대통령 웃음) 나는 뭐 과거에 중국에도 갔댔고 인도네시아도 갔댔고 외국에 비공개로 많이 갔댔는데 나보고 은둔생활을 한대.근데 김 대통령이 오셔서 은둔생활에서 해방됐다.(일동 웃음) 뭐 그런 말 들으니까 좋아요.(웃음)”
작별의 손 인사를 나누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청와대 제공
2007년 정상회담 때도 김 위원장은 예정과 달리 평양 4·25문화회관 광장에 나와 노무현 대통령을 ‘깜짝 영접’ 했다.
노 대통령이 “직접 나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자 그는 “대통령께서 오셨는데, 제가 뭐 환자도 아닌데(웃음), 집에서 뻗치고 있을 필요가 없지요”라고 말했다.
2007년 10월2일 평양 4·25 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악수를 하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청와대 제공
김 위원장은 회담 중 갑자기 노 대통령에게 “일정을 늘려 하루 더 머물고 가시라”고 파격 제안을 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 = 오늘 일정을 내일로 미루고, 내일 오찬을 시간 품을 들여서 편안하게 앉아서 허리띠를 풀어놓고 식사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하루 일정을 늦추는 것으로 하시지요. 오늘 회의를 내일로 하시고… 모레 아침에 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노 대통령 = 나보다 더 센 데가 두 군데가 있는데 경호, 의전 쪽과 상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 = 대통령이 결심 못하십니까. 대통령이 결심하시면 되는데….
△노 대통령 = 큰 것은 제가 결정하지만 작은 일은 제가 결정하지 못합니다.
2007년 10월 3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정상회담 2차 회의가 열렸다.
회담장에 들어가기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 대통령에게 “소주와 맥주 중 어떤 술을 잘 하시냐”고 물었다. 잠시 생각한 노 대통령이 “평양소주 맛이 좋지요”라고 답하자 김 위원장은 “소주하곤 메밀국수가 좋다”며 함께 환하게 웃었다. 국가기록원 제공
김 위원장이 회담 말미에 “충분히 대화를 나눴으니 (연장) 안해도 되겠다. 남측에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본래대로 하자”고 제안을 거둬들이면서 상황은 일단락 됐지만, 그의 ‘예측불허’ 언변을 두고 원래 성격인지 치밀한 계산이 깔린 것인지 해석이 분분했다.
남북정상회담 마지막 날 환송 오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청와대 제공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을 보내는 마지막 환송 오찬에선 “내가 마치 당뇨병에 심장병까지 있는 것처럼 (서방과 남측 언론들이) 보도하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불쑥 자신의 건강 문제를 꺼내기도 했다.
그는 큰 목소리로 “우리가 심장병 연구가 좀 약해서 사람들도 불러다가 연구도 시키고 보완하고 있는데 (내가 아픈 것처럼) 잘못 보도들을 하고 있다.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크게 보도들을 하고 있다”며 “기자가 아니라 작가인 것 같다”고 말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국 기자들을 상대로 ‘기레기’론을 최초 설파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그래도 (남측에서) 나에 대해 크게 보도하고 있어서 나쁘지는 않다”며 웃기도 했다.
1차 남북정상회담 둘째날인 2000년 6월 14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역사적인 만남이 일제히 보도된 남측 신문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솔직하고 과감한 화법… 자신감 보여준 김정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처음 만나 악수하고 있다. 판문점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경향신문 서성일 기자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 연설로 걸걸한 목소리가 우리에게도 알려졌지만, 연설문 외에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모습은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처음 공개됐다.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은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하루 종일 밝은 표정에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를 들려줬다. 긴 문장을 한 번에 말하면서도 주어와 술어를 혼동하지 않았고, 문장과 문장 사이 논리도 정연했다.
발언 내용을 뜯어보면 김 위원장은 원하는 목표를 솔직하고 분명하게 말하는 등 시종 과감하고 실용적인 화법을 선보였다.
판문점 평화의집 1층에 마련된 환담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 전 환담을 하며 활짝 웃는 모습. 판문점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경향신문 서성일 기자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 앞선 환담에서부터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고 왔고, 우리 사이에 걸리는 문제들에 대해 대통령님과 무릎을 맞대고 풀려고 왔다. 꼭 좋은 앞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김여정 부부장의 부서에서 ‘만리마 속도전’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남과 북의 통일의 속도로 삼자”고 발언하기도 했다.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도 김 위원장은 “원점으로 돌아가지 말자. 잃어버린 11년이 아깝지 않게 하자. 새 역사의 출발점에서 신호탄을 쏜다는 마음가짐으로 왔다”며 회담 성공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집 2층 회담장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판문점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경향신문 서성일 기자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과 유머 감각도 과시했다.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문 대통령과 마주한 그는 “김 위원장은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냐”고 말한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며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고 말해 문 대통령이 약 10초간 군사분계선 북쪽으로 넘어가 ‘깜짝 방북’을 하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에서
40여분간 단둘이서만 대화를 나눴다. 판문점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경향신문 서성일 기자
공식 환영식장으로 이동하면서는 문 대통령이 “오늘 보여드린 전통 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하자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답했다.
회담 전 기념촬영 때는 “악수만 가지고 박수를 받으니까 쑥스럽다”고 말하며 취재진에게 “잘 연출됐습니까”라고 물어 장내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평양냉면’으로 농담도 했다. 김 위원장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어렵사리 평양에서 평양냉면을 가지고 왔다”고 말하면서 “멀리서 온”이라고 표현했다가 회담 성격을 의식한 듯 “아, 멀다고 하면 안되갔구나”라고 말해 또 한 번 참석자들의 웃음이 터졌다.
판문점 ‘도보다리’를 산책하며 대화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판문점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경향신문 서성일 기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님께서’ ‘드시고’ 등 깍듯한 경어체로 예의를 차렸다. 먼저 말을 걸거나 문 대통령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하는 등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이 환담장 앞에 걸린 그림을 설명하자 “문 대통령께서 백두산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시는 것 같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판문점 공동선언’ 서명 후 발표문을 읽을 때는 말미에 “커다란 관심과 기대를 표해준 기자 여러분에게도 사의를 표한다”며 언론에 대한 감사까지 언급할 정도로 여유를 보였다.
‘4·27 판문점 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다리에서 일어나 포옹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위원장. 판문점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경향신문 서성일 기자
폐쇄적인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한 것이라고 쉽게 믿기지 않는 ‘솔직한’ 발언도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을 넘으면서부터 “마음 설렘이 그치지 않는다” “대통령께서 분계선까지 나와 맞이해주셔서 정말 감동적이다” 등 감정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환담장에선 “대통령님을 제가 여기서 만나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래도 친서와 특사를 통해 사전에 대화를 해보니 마음이 편하다”며 먼저 나서 분위기를 띄우려 노력했다.
평화의집 앞에서 ‘4·27 판문점 선언’ 내용을 발표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판문점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경향신문 서성일 기자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북한의 사정을 먼저 들춘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평양 답방을 언급하며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 남측의 이런 환영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말했다. 회담을 마무리할 때도 재차 “우리 도로라는 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불편하다”며 육로가 아닌 비행기 방문을 권하는 등 북한의 어려운 실정을 먼저 고백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판문점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경향신문 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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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김서영 기자 fideli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