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민지 기자]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현 혜안리서치 대표)이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을 두고
"한국 재벌의 후계 승계 종료"라고 해석했다.
홍 전 사장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액면분할이나 무상증자는 기업가치는 변화가 없지만, 항상 거래량을 늘리고 주가를 상승시켰다"며
"절세를 위해서는 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이 좋았을 텐데
액면분할을 결정한 것은 이제 주가가 올라도 괜찮다는 오너가의 판단일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50대 1의 주식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1주당 액면가는 5000원에서 100원으로 되고,
보통주식의 총수는 1억2838만6494주에서 64억1932만4700주로 늘어나게 된다.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액면분할로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중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부친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물려받을 경우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주가가 오르면
상속세 또한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본인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과 삼성전자의 지분 교환을 통해
삼성전자 지분을 확대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주가 상승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또한 액면분할을 통해 소액주주 유입이 활발해질 경우 경영권 승계에 잡음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50대 1의 주식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더팩트 DB
홍 전 사장은 한국 기업들이 지주사 전환 등을 토대로 세대교체가 완성된 만큼 향후 계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상위 200위 기업까지 지주사를 설립했으니 한국경제에서 세대교체가 거의 완성됐다"며
"그동안 상속·증여 문제로 한국 재벌들은 많은 고초(?)를 겪었고,
이 문제가 해결됐으니 이제 장기적 차원에서 사업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부친 세대의 방식으로는 성공 확률이 없으며, 투명하고 정도경영을 해도 성공 확률이 매우 낮다.
1차 세대교체기인 1990년대 2세 상속인들이 무리한 투자로 결국 IMF 외환위기를 당했던 경험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완벽한 오너가 되는 기나긴 과정에서 그들은 어떤 공부를 했을까?
2세는 아버지와 함께 사업을 했지만,
3세는 태어나면서부터 왕자였다.
결국 새로운 오너 리스크의 시작이 되지 않길 바랄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역할의 중요성도 되짚었다.
홍 전 사장은 "그동안 정부는 재벌의 소유 지배구조 재편과정에서 심판관이었지만,
이게 끝났으니 정부의 말을 잘 안 들을 수도 있다.
결국 정책 수행도 법에만 의지해 관료 문화가 강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과거 유럽의 강국들이 여러 번의 세대교체를 거치면서 관료화되고,
경제 성장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을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