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추진된 성급한 탈(脫)원전.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커져..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상반기에 8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

脫원전 정책 1년 만에… 한전, 상반기 8147억 적자 '충격'

한국경제  입력 2018-08-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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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판매량 늘었는데도 
작년보다 3조 넘게 이익 급감 
값싼 原電 '정비' 목적으로 세워두고  
비싼 LNG·석탄·재생 발전 비중 늘려 
적자 때마다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져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상반기에 8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냈다.

현 정부 들어 추진된 성급한 탈(脫)원전이

전기 독점 공급업체인 한전의 건전성을 뿌리채 흔들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올 상반기에 연결재무제표 기준 81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13일 공시했다.

작년 같은 기간(2조3097억원 이익) 대비 3조1244억원 급감한 수치다.

상반기 적자폭은 2012년(-2조617억원) 이후 최대다.‘예방점검’ 명목으로

발전단가가 가장 싼 원자력발전소를 대거 세운 게 주요 배경으로 꼽히면서 탈원전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6년 만에 3분기 연속 적자

한전은 지난 2분기(4~6월)에만 6871억원의 적자를 냈다.

작년 4분기 1294억원, 올 1분기 1276억원에 이어 3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2011년 4분기~2012년 2분기 이후 6년 만이다.

2012년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일제 점검에 들어간데다 국제유가도 급등했던 시기였다. 

올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1조169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조4280억원 감소했다.

순손실이 영업적자보다 큰 이유는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1호기 폐로비용(약 5600억원)이 반영돼서다.

자회사 실적을 감안하지 않은 개별재무제표만 보면 한전 실적은 충격적이다.

상반기에만 2조1403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박형덕 한전 기획총괄부사장은 “동서발전 등 5개 발전자회사가 1조1000억원의 이익을 내면서 한전 적자를 보전해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 도매사업자인 한전 실적은 원전 가동률이 높아지는 3~4분기에 호조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1조원 넘는 연간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 7~8월 폭염에 따른 전기요금 한시인하 부담(총 3100억원)도 한전이 떠앉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2016년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때도 한전이 모든 비용을 부담했다.

     

“성급한 탈원전 정책 영향” 

한전의 상반기 전기 판매수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조5000억원 증가했다.

상반기 판매 증가율이 4.1%로, 작년 동기(1.2%) 대비 3~4배 높았다.

상반기 매출이 역대 최대인 29조432억원에 달했던 배경이다.

일반 기업으로 따지면 자사 제품을 그만큼 많이 판매했다는 의미다. 

이렇게 장사를 잘하고도 적자 폭이 커진 이유는

발전단가가 싼 원전 대신 고가의 액화천연가스(LNG) 및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져서다.

한수원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75% 안팎에 달했던 원전 이용률은 올 상반기 평균 58.8%로 낮아졌다.

원전 정비일수는 같은 기간 1080일에서 1699일로 뚝 떨어졌다.

약 6000억원을 들여 안전 설비를 보강한 월성 1호기의 경우 지난 6월 아예 조기폐쇄키로 했다.

• 한전 또 영업손실… 올해 전기요금 인상 추진하나

원전이 빠진 자리는 전기 도매가격이 1.5배 이상 비싼 석탄과 LNG가 채웠다.

한전의 상반기 전력구입비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조1000억원 늘어난 배경이다.

한전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올 1~5월 원전에서 생산한 발전단가는 ㎾h당 61.96원이었다. 이에 비해 유연탄은 89.45원, LNG는 93.11원에 달했다.

연료비 단가만 봐도 원전의 경쟁력은 압도적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원전의 연료비는 kWh당 5.83원이었다. 유연탄(55.35원)이나 LNG(91.94원) 대비 10~20분의 1에 불과했다.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한전 적자가 누적되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한전의 실적 악화는 실제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졌다.

한전은 1조20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2011년 주택용 전기요금을 2% 인상했다.

산업용 요금에 대해 같은해 8월과 12월 각각 6.1%, 6.5% 올렸다. 8179억원의 적자를 냈던 2012년엔 산업용 6.0%, 주택용 2.7%씩 인상했다. 2008년에도 산업용 전기요금을 두 차례(1월 1.0%, 11월 8.1%) 올렸다. 그해 2조7981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내서다. 

박 부사장은 “요금인상 요인이 있지만 정부와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할 사안”이라며

“공기업으로서 국민 물가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전 주가는 전날보다 1.27% 떨어진 3만1150원으로 마감했다. 4년7개월여만의 최저치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8배에 그쳤다.

조재길/성수영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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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들어 추진된 성급한 탈(脫)원전.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커져..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상반기에 8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