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생각하는 여유/6.시사.

피카소는 한눈에 사람 몸에 나타난 미세한 이상 징후를 잘 알아챘다고 한다.채권시장이 한국경제에 주는 3가지 경고

언제나오복의향기 2018. 8. 23. 07:00

중앙시평] 채권시장이 한국경제에 주는 3가지 경고



https://news.joins.com/article/22894454      



첫째, 경기침체에 대한 경고일 가능성이 높다.  

둘째, 외국인 채권투자자가 한국에서 빠져나가지 않는 이유에 대한 메시지다.                                  

셋째, 평평한 수익률 곡선은 금융시장에도 경고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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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단기 채권 수익률 역전은
어김없이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최근 한국 채권 수익률 곡선도
경기 침체나 성장동력 부재로
힘을 잃고 평평해지면서 축 처져




김형태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전 자본시장연구원장



피카소의 연인 도라가 쓴 자서전을 보면,

피카소는 한눈에 사람 몸에 나타난 미세한 이상 징후를 잘 알아챘다고 한다.

안색이 안 좋은데, 손이 부었는데, 목 라인이 이상한데 등 얘기를 들은 사람이 병원에 가면 영락없이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예민한 눈으로 섬세한 신호를  인식한 것이다.

병이 심각해지기 전에 몸은 다양한 경고음을 울린다. 우리가 못 알아채거나 알고도 무시할 뿐이다.
 
경제도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

여러 형태로 신호를 보낸다. 미리 알아채고 대비하면 큰 문제 없지만, 알아채지 못하거나 무시하면 위기가 온다.

경제에서 각별히 주목해야 할 신호는 “채권시장이 보내는 경고”다.

특히 장기금리와 단기금리의 차이 그리고 만기별로 이자율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국채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의 형태는 경제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기대 그리고 스토리를 전해 준다. 국채는 재정과 금융의 교차로에 있다. 교차로엔 차량뿐 아니라 정보도 많다. 국채에는 인플레기대도 내장되어 있다. 먼 미래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큰 것이 자연스러운데 그 차이가 심하게 줄어 평평해 지거나(flattened) 심지어 역전(inverted)되면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된다.
 
최근 미·중간 무역전쟁이 실물경제의 최대 화두라면 금융시장에선 짓눌려 평평해진 수익률 곡선이 최대 화두다. 억눌림이 만성화되어 기력을 잃고 축 처져있는 수익률 곡선이 한국경제에 주는 경고 메시지는 무엇일까.
 
첫째, 경기침체에 대한 경고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평평하거나 역전된 수익률 곡선이 미래(특히 1년 후) 경기침체의 시그널로 해석된다. 과연 한국은 다른가?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지는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국채 과다수요를 주원인으로 지적했다. 양적완화 때 연준이 4조 달러 이상 장기국채를 매입했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고 장기금리도 비정상적으로 떨어졌다는 주장이다. 한국은 어떤가. 양적완화를 한 적이 없다. 할 수 있는 통화도 아니다. 한국은 이런 이유 때문에 평평해진 게 아니란 말이다.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지는 또 다른 이유는 단기 기준금리 인상이다. 미국은 7번에 걸쳐 0%에서 1.75%까지 올렸지만 한국은 한 번밖에 올리지 않았다. 그래서 기준금리를 많이 올려 평평해졌다는 논리도 한국엔 적합지 않다. 외국인 국채매입 확대도 장기금리를 떨어뜨린다.
 
무역전쟁 같은 불확실성이 생기면 안전 자산을 찾아 미 국채수요가 급증한다. 미국에선 외국인 투자비중이 50% 정도니 외국인 투자확대가 금리를 낮춘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한국은 그 비중이 15% 정도다. 금리를 낮추는 주원인이라고 보기 힘들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은 것도, 곡선을 평평하게 하는 요인인데, 이 요인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하다. 마지막 그리고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원인은 경기침체 가능성이다. 미래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투자자들은 10년 만기, 30년 만기채권이라도 높은 이자율 요구하지 않는다. 기대수준이 낮으니 3%만 주어도 감지덕지다.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못 올릴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에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 지고 심하면 역전된다. 결론은 이렇다. 미국은 곡선이 평평해진 원인을 다양한 곳에서 찾을 수 있고 다들 나름 설득력도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설득력 있는 다양한 이유를 찾기 힘들다. 경기침체나 성장동력 부재가 부각되는 이유다.
 
둘째, 외국인 채권투자자가 한국에서 빠져나가지 않는 이유에 대한 메시지다.

최근 한국의 장기금리가 워낙 낮아져 훨씬 안전한 미 국채 장기금리보다도 낮아졌다.

그런데 왜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지 않는가?

10년 전만 해도 외국인 투자자 중 민간투자사의 비중이 외국중앙은행이나 국부펀드 같은 공적기관보다 훨씬 컸다.

지금은 반대다. 금리 차에 덜 민감한 공적 투자기관 비중이 커졌다는 말이다.

이들은 한국 국채를 중위험-중수익 국채로 보고 투자한다.


금리변화에는 참을성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경제안정 특히 재정안정을 중요시하는 투자자들이다.

경제의 안정성이 흔들리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

한국 국채는 “금리에 민감한 국채”가 아니라 “재정에 민감한 국채”로 변모했다.

남아있다고 안심하지 말고 각별히 재정건전성에 유의해야 하는 이유다.
 


셋째, 평평한 수익률 곡선은 금융시장에도 경고를 준다.

생보사들이  부채 시가평가에 대응해, 충분한 금리가 확보되지 못해도, 초장기채권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나오는 대로 속속 소화되니 장기금리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기금리는 오르는데 장기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은행에게도 안 좋은 상황이다. 단기금리로 자금을 빌려 장기로 대출하는 것이 은행비즈니스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1970년 이후 역전된 수익률 곡선이 거의 모두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그럴지 논란이 뜨겁다. 한국은 어떨까. 수익률 곡선이 축 처지고 평평해도 문제가 없을까?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필자 생각이다.

한국 채권시장이 경제에 대한 예측력을 가질 정도로 충분히 발전되고 똑똑한 시장이 되었다는 게 이유다.
 
김형태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전 자본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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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경기침체에 대한 경고일 가능성이 높다.  

둘째, 외국인 채권투자자가 한국에서 빠져나가지 않는 이유에 대한 메시지다.                                  

셋째, 평평한 수익률 곡선은 금융시장에도 경고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