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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5G·AI 국가안보 영역 간주.화웨이·ZTE 스파이 논란 증폭.미 의회는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ZTE가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보고서

언제나오복의향기 2018. 9. 11. 07:00

美·中 하이테크 냉전과 5G 딜레마..중국기업은 스파이


[오피니언] 시론-이미숙 논설위원 문화일보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05일(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90501073811000001




 이미숙 논설위원




美, 5G·AI 국가안보 영역 간주
화웨이·ZTE 스파이 논란 증폭
호주·캐나다 불허, 英·日 규제

국내서도 5G 장비업체 선정전
中배제시 ‘제2사드’ 우려 불구
文정부, 美 등과 공조 강화해야
 

미·중 갈등이 무역에서 군사, 나아가 첨단 기술 부문으로까지 번지면서 ‘하이테크 냉전’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디지털 분야까지 확장된 힘겨루기를 직접 지휘한다.

미국은 중국이 5세대 이동통신인 5G 네트워크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우위를 선점하지 못하도록 중국 배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ZTE가 미국의 대북·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 4월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7년간 금지했다.


 ZTE는 벌금 10억 달러(1조695억 원)를 내고 3개월 만에 겨우 제재를 면했다. 미 의회는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ZTE가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이미 2012년에 냈다.  

호주 정부는 지난 8월 23일 성명서를 통해 “외국 정부의 지시를 받을 수 있는 기업들을 5G에서 제외하겠다”면서 화웨이의 5G 장비 공급을 금지했다. 캐나다도 지난 7월 말 화웨이를 국가안보 위협 대상으로 규정하고, 시장 진출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캐나다는 이 같은 결정에 앞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영국은 2010년부터 엄격한 검증작업을 하고 있다. 일본은 2020년 도쿄(東京)올림픽에 대비해 내년 중 5G 통신망을 도입할 예정인데 최근 들어 화웨이·ZTE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국가들이 화웨이·ZTE 배제론을 펴는 것은 일차적으로 중국 통신장비를 국가 기간통신망에 쓸 경우 민감 정보가 중국 정부에 흘러들어 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중국 정부가 무상으로 건설해준 에티오피아 아프리카연합(AU)건물에서 해킹 및 초소형 도청 장치가 발견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중국 정부가 AU 정보를 모두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도청 때문이라는 프랑스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5G 및 AI 등 하이테크 주도권이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에 넘어갈 경우, 자유세계 전체가 위협당할 수 있다는 미 전략가들의 판단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만 해도 무역 역조 시정을 위해 중국을 압박한다는 기조였다.

재무부와 상무부가 주도한 이 싸움에 미 무역대표부(USTR)와 정보 부처들이 끼어들면서 전방위 중국 압박론으로 확대됐다. 중국 정부가 조직적으로 가하는 외국기업의 중국시장 접근 제한 및 기술 이전 강제화 등의 불공정 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중국 지도부를 압박해야 한다는 논리가 된 것이다. 최근엔 국방부가 가세하면서 ‘중국에 5G, AI 주도권을 내주면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5G와 AI를 정보기술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국가안보 핵심 영역으로 간주, 중국의 주도권 장악을 원천차단하겠다는 논리다. 5G와 AI가 패권 경쟁의 핵심 영역이 된 것이다.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도 이달 중 5G 핵심 장비 공급업체 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내년 3월 세계 최초로 5G 통신 서비스를 상용화하기 위해 장비공급업체 선정을 서두르는 기류인데, 화웨이를 둘러싸고 시장에서도 중국위협론 등으로 논란이 많은 상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 및 경협에만 몰두한 탓인지 5G 문제를 안보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 청와대가 관련 회의를 했다거나 국가안보회의를 했다는 얘기도 없다. 최근 들어 남북관계 진전 및 북한 비핵화 압박, 유엔 대북 제재 이행 문제를 놓고 한·미 간 불편한 기류가 역력하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밀수입문제를 놓고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그러니 문 정부가 5G나 AI 문제를 동맹 차원에서 논의했는지도 불분명하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최근 애틀랜틱 기고문에서 미 정부가 AI대통령위원회를 구성해 국가안보 차원에서 AI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제언했다. AI뿐만이 아니다. 5G 사업도 국가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국가안보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문 정부가 호주나 캐나다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중국은 제2의 사드 보복을 경고하며 거칠게 반발할 것이다. 그러나 화웨이 문제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가 생긴 만큼 중국 위협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사드보다 더한 보복이 있더라도 오직 국가안보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