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런저런 이야기/1. 운세여담

퇴사하고 사주 본 이야기~사주 카페, 들은 말은 듣고 싶은 대로 해석.~좋은 결정은 사주팔자에 나와 있지 않고~

언제나오복의향기 2019. 10. 24. 06:00

너는 스스로 먹여 살릴 팔자야

원문보기:한겨 례   :2019-10-18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13777.html#csidx1206102045aa6d69b5cd86fe5194bf4

 

[토요판] 이런, 홀로!?
퇴사하고 사주 본 이야기

한 달 사이 해치운 이사, 퇴직
오로지 나 혼자 내린 결정

가족과 상의 후 퇴직한 지인
지지가 부럽기도 했지만 모든 선택 자기 몫인 가뿐함
결정 옳았음 증명하는 게 인생
 
혼자 사는 사람은 이사도, 퇴사도, 이직도 스스로 잘 선택해야 한다. 주민등록등본에 내 이름밖에 안 나오는 나는 나를 책임지기 위해 좋은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좋은 결정은 사주팔자에 나와 있지 않고, 그간 살아온 나에 대한 경험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결정은 내렸고, 내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앞으로 내게 증명해야 할 시간들이 남았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 ‘미아리 점성촌’에 몰려 있는 철학원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혼자 사는 사람은

이사도, 퇴사도, 이직도 스스로 잘 선택해야 한다.

주민등록등본에 내 이름밖에 안 나오는 나는 나를 책임지기 위해

좋은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좋은 결정은 사주팔자에 나와 있지 않고,

그간 살아온 나에 대한 경험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결정은 내렸고,

내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앞으로 내게

증명해야 할 시간들이 남았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 ‘미아리 점성촌’에 몰려 있는 철학원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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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10월에 모든 게 바뀌겠구먼.
직장도, 집도 다 바뀌겠어? 이동수가 있구먼.”

 

 

 

정말 용한 점쟁이였다면
지금의 나에게 이런 말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계획한 바는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퇴사와 이사를 같이 하게 됐다.
이사는 미리 결정된 사항이었고 퇴사는 다소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물론 이사와 퇴사 모두 평소 믿고 의지하던 선배나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결정은 온전히 나 혼자 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인생의 중요한 일들을 부모님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나 혼자 고민하고 선택하게 된 것이.

 

 
서른이 넘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뒹굴대는 게 마냥 맘 편한 일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내 맘대로 내 시간을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운용’이라고 해서 뭐 시간을 계획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계획적으로 시간을 쓰며 오늘 내일 뭐 할지 모르는 생활을 보낸다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제대로 식사를 차려먹고 배를 탕탕 두드리며
보지도 않는 티브이를 틀어놓고 뒹굴대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내 맘대로 살기 시작했지?
 

 

 
1.가족의 지지 받은 그의 퇴직 결심

 

 
퇴사를 고민하던 시기에 나는 어떤 방송에 출연하고 있었다.
1년간 출연하면서 제작진과도 나름 돈독한 사이가 되어서 사생활이 얽힌 수다를 나누기도 했다.
그냥 일로만 알고 지내는 관계가 아니라 나름 속마음도 터놓는 사이라고
‘나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어느 날 갑자기 진행자로부터
“저 회사를 그만두게 됐어요. 2주 후부터는 다른 진행자랑 방송하게 되실 거예요”라는 말을 들었다.
나름 큰 방송사의 아나운서였기에 그가 회사를 그만둔다는 말에 바로 이렇게 물었다.
“아, 정말요? 왜요?” 그러니까 그 ‘왜요’에는 이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두느냐는 물음이 섞여 있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밖에서 볼 때는 안정적이고 좋아 보이는 게 ‘남의 일’이니까.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그녀는 싱긋 웃으며 “다른 일 해보려고요. 뭔지는 말 안 할래요. 아직 부끄러워서”라고만 답했다.

 

 
첫 직장에서만 10년 가까이 일한 그녀는 이대로 다른 일을 한 번도 안 해보고 나이 드는 게 싫었다고 했다.
더 늦기 전에 다른 일도 하고, 원래의 자신을 찾고 싶다고.
한 아이의 엄마이고
이제 서른이 넘은, 그리고 전문직에 종사하며 인정받고 있던 그는 퇴사를 고민할 때
남편과 상의했고 남편이 응원해줘서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빛나고 좋아 보이는 것을
내려놓기에는 숱한 뒤척임과 고민이 따랐을 것이다.
회사에 사직 의사를 말하고 정리를 하고 있는 이 한 달이 너무 상쾌하고 기분 좋다며 그녀는 홀가분하게 웃었다.
당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나는, 그만두면 뭘 먹고 사나 하는 고민으로 여러 가지 불합리한 상황을 견디고 있었다.
그간 고민하는 내색 전혀 없었던 그녀의 퇴사 이야기에 문득 결정이라는 것은
숙고하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을 때, 상황이 맞물려야만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누구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든 결국 나에 대한 결정은 내가 해야 한다는 것도. 남편과 상의했고 응원을 받았다는 말이 부럽기도 했지만, 그녀가 그것을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가족원으로서 남편은 그녀의 선택에 ‘동의’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구의 동의도 필요 없는 비혼 여성인 나는 내 인생의 모든 선택을 가족원이 있는 사람보다 더 쉽게 내릴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퇴사 이야기에 ‘나도 그럼 관둬야지’ 했던 것은 물론 아니고, 나에게도 자연스럽게 결정을 해야만 하는 시기가 왔고 나는 누구의 응원도 없이 혼자 선택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물론 그에 대한 책임도 혼자 다 져야 할 것이고. 퇴사 후에 시간 여유가 많이 생겨서 사주를 보러 갔다. 결정을 하기 전에 사주를 보고 참고를 하는 게 선순위 같지만, 이사도 퇴사도 내 맘대로 다 결정 내려놓고 그냥 재미삼아 보러 갔다고 보는 게 맞을 거다.

 

 
살면서 사주를 딱 두 번 봤는데(이번까지 포함해서),
엄마가 과거에 내 출생 연시로 사주를 보면 항상 같은 답이 나왔다고 한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요행도 바라지 말고 혼자 저를 먹여 살릴 팔자네.
평생 죽을 때까지 소처럼 일할 팔자야.”

 

어릴 때 엄마한테 그 말을 들었을 땐 무슨 놈의 사주가 그 모양이냐고, 맘에 안 든다고 불퉁거렸다.
부모에게 물려받을 재산도 없고, 복권 대박 같은 요행도 바랄 수 없고 오직 ‘일’을 해서 평생 나를 먹여 살려야 할 팔자라니. 대신 일은 평생 끊이지 않고 있을 거고 본인이 성실한 소처럼 일만 하면 된다니. 나도 좀 편하게 살고 싶은데, 뭐 그런 팔자가 다 있담.

 

 
사주 카페에 삼십대 여자애 둘이 들어서자,
사주를 봐주던 남자 선생님은 우리가 묻기도 전에 결혼과 커리어 중심으로 인생 상담을 풀어갔다.
그에 의하면 나는 ‘혼자서도 외로운 걸 몰라서 연애에 관심이 적은 편’이라고 했고,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사니 결혼은 안 했다해도 그만이라고 . 일에서는 ‘대기만성’형이라 사십 넘어서 더 잘된다고 하는데,
그럼 언제까지 ‘대기’만 해야 하냐는 내 질문에 그는 좀 더 기다려보라고 말하며
“해외 취업도 괜찮겠네. 따뜻한 나라에 가서 결혼이나 취업을 해도 좋겠어”라고 뜬금없는 결혼이민을 권하기도 했다.

 

 
그 역시 내 사주에
“소처럼 일할 팔자야. 일은 평생 하겠어.
자네는 부모나 남편 덕을 바라면 안 돼.
복권도 사봤자 안 돼. 어차피 사지도 않지?”라며 알쏭달쏭한 질문을 했다.
그의 말대로 복권을 사본 적도 없었던 나는 이번에는 왠지 마음이 놓였다. 평생 소처럼 일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내가 나를 먹여 살릴 수 있게 일이 계속 있다면 요행 따위는 없어도 괜찮다. 나이 들면서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2. 결정 먼저 내리고 사주 본 이유는

 


어떤 길이 나에게 가장 이로운지, 내가 가장 잘 사는 방법인지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서른이 넘으니 나란 사람이 어떤 환경을 못 견디며, 그나마 무엇을 선택해야 나에게 이로운지 정도는 판단 내릴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세상을 잘 알게 되어서가 아니라 여러 직장을 거치며 나에 대해 알게 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일’에 관한 결정을 내릴 때는 부모님과도 상의하지 않는다.
어차피 내 일에서 나의 상황을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미 다 결정 내린 후에 사주를 보러 간 것도 그 때문이었다.
결정은 이미 다 내렸고, 내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앞으로 나에게 증명해야 할 시간들이 남았다.
나는 그가 ‘너는 너 스스로 먹여 살릴 팔자’라는 말을 할 것을 알고 있었다.
낡아빠진 사주 책 한 페이지에 있을 나의 생시에 나열된 그 말을 또 들으러 간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은 이사도, 퇴사도, 이직도 스스로 잘 선택해야 한다.
주민등록등본에 내 이름밖에 안 나오는 나는 나를 책임지기 위해 좋은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좋은 결정은 사주팔자에 나와 있지 않고, 그간 살아온 나에 대한 경험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주 카페에서 들은 말은 듣고 싶은 대로 해석하면 된다.
“그렇단 말이지? 뭐 일을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고 했으니까 뭐라도 하겠지.”

 

늘그니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13777.html#csidx303caf14180485da9b955c6c91a9822

 

 

 

 

 
 

 

국기에 대한 맹세-1974년

 

: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자유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