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유가에도 못팔고… 투자자 ‘속수무책’
문화일보 2020년 04월 21일(火)
■ 키움證 HTS 전산사고… 해외선물옵션 거래 강제정지
1. 시스템,마이너스호가 인식못해
2. 청산 불가… 외려 반대매매까지
3. 투자자들 키움證에 배상 요구
국제유가가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국내 키움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대형 전산 사고가 터졌다.
21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쯤 키움증권 HTS에서 유가 해외선물옵션 ‘미니 크루드 오일 5월물’ 거래가 강제로 멈췄다.
HTS가 마이너스 호가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고는 이날 새벽 국제유가가 대폭락하며 마이너스권으로 추락할 때 발생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5월 인도분 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7일 종가 18.27달러에서 무려 305%(55.90달러) 폭락한 수치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건 사상 처음이다. 특히 미니 크루드 오일 5월물에 투자한 키움증권 투자자들은 유가가 떨어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도 청산할 수가 없었다.
키움증권 HTS가 마이너스 호가를 인식하지 못해 청산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HTS로 해외 선물 매수 포지션을 취했던 투자자들은 수익률 0%를 기록한 동시에 ‘캐시콜’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캐시콜이란 선물 가격 하락으로 마진콜 주문이 체결되지 않아 강제적으로 반대매매가 발생하는 경우다.
한 투자자는 키움증권 고객센터에 “마이너스로 떨어져 -0.025원에 청산을 시도했지만, 키움증권 영웅문 글로벌 차트에 오류가 생기고, 현재가 자동 청산 주문도 안 돼 바로 팔기 주문도 거부됐다”며 “주문 창에 키보드 마이너스 키는 아예 입력이 안 돼 청산 주문 자체를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부 투자자는 키움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마이너스 유가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키움증권뿐 아니라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며
“다만 HTS상 마이너스 호가를 인식하지 못하게 한 것은 시스템상 치명적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21일 새벽에 HTS에서 마이너스를 인식하지 못해 30분가량 오작동이 지속됐다”면서 “자세한 상황은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키움증권은 지난달에만 세 차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전산 장애가 발생했다.
당시 접속이 지연되거나 계좌 잔고와 거래내역이 조회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유회경·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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