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133분, TV는 1시간, 독서는 30분
지난해 10월 잡코리아ㆍ알바몬이 대학생 1910명에게 인터넷 이용, TV 시청, 독서에 할애하는 시간을 물었습니다.
조사 결과 대학생들은 인터넷엔 하루 평균 133분, TV 시청엔 61분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죠.
대학생 하루 인터넷 133분, 독서 30분
도서관 소장 도서 늘어도 책 대출 줄어
소장 도서 1위 서울대, 536만권 보유
포스텍 자료구입비, 연간 1인당 115만원
열람석 많은 코리아텍, 스터디룸도 많아
학생 대출 1위 KAIST, 1인당 연 15권
학생 신청한 책 대부분 도서관서 구입
2위 이화여대 독서전, 참여 행사 활발
학생 방문 가장 많은 고려대 도서관
누워 쉬는 쉼터, 콘텐트 스튜디오도
반면 독서 시간은 하루 평균 30분에 그쳤어요. 인터넷의 23%, TV 시청의 절반 수준이에요. 1
년 동안 읽은 책은 평균 12권(만화책·월간지·교재 제외), 즉 한 달에 한 권 정도에 그쳤고요.
종이책 보다는 스마트폰ㆍ태블릿PC 같은 스마트 미디어에 친숙한 요즘 세태를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인 듯합니다.
그래도 '책 속에 길이 있고 미래가 있다'고 믿는 기성세대는 책을 멀리하는 대학생들을 걱정하죠.
활자 매체를 기피하는 풍조가 심해질수록 대학 도서관의 중요성이 부각됩니다.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대학생들이 독서의 즐거움을 깨닫게 돕는 공간이니까요.
시대 변화에 따라 요즘 대학 도서관은 온라인을 통해 국내외 연구 정보를 얻는 통로 역할도 합니다.
이번 ‘랭본대’에선 대학 도서관 실태, 대학생의 이용 현황을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학술정보통계시스템을 이용해 살펴봅니다.
학술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대학 도서관의 소장 도서는 꾸준히 늘고 있어요.
2008년 평균 49.2권이었던 재학생(학부생+대학원생, 4년제대) 1인당 소장 도서가 8년 뒤인 지난해엔 69.2권으로 늘었어요.
안타깝게도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빌리는 책은 줄고 있어요.
2008년 학생 1인당 대출 도서는 연 평균 11.4권이었지만, 지난해엔 절반 남짓인 6.2권에 그쳤죠.
물론 온라인 학술 정보 이용은 늘고 있는데,
같은 기간 대학 도서관이 제공하는 각종 상용 데이터베이스(DB) 이용 건수가 2.6배 이상(2008년 1억6419만건→지난해 4억3672건) 늘었죠.
소장 도서 1위 서울대, 학생당 187권
2017 중앙일보 대학평가 대상 대학 70여곳을 대상으로 랭킹을 산출한 결과 재학생 1인당 소장 도서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대입니다.
서울대가 소장한 단행본은 총 536만765권(2015)으로, 국내 대학 도서관 중 최대 규모입니다. 재학생 1인당 187.2권이에요.
시설도 최대입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본관과 관정관, 8개의 분관이 있는데요.
총 면적이 5만7751㎥에 이르죠. 물론 열람석도 많고요(총 9614석, 좌석당 재학생 3.0명)입니다.
2015년 2월 신축한 관정관은 특이한 외관으로 유명하죠. 4000장에 이르는 직사각형 유리와 알루미늄 패널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어요. 시간 변화에 따라 다양한 색을 반사하는데, 때문에 ‘빛의 도서관’이라는 별명을 얻었죠.
열람의자부터 각종 IT기기까지 모든 시설물을 동문ㆍ시민의 기부(723억원 모금)를 통해 마련한 관정관은 한국건축문화대상, 한국건축가협회상도 수상했어요.
자료 구입비 1위 포스텍, 학생당 115만원
포스텍은 조사 대상 대학 중 학생당 자료 구입비가 가장 많은 대학이에요.
지난해 자료 구입 예산이 총 37억 4457만원인데, 재학생 1인당 115만6446원에 이르는 금액이죠.
국내 4년제대 중 학생당 100만원이 넘는 유일한 대학이에요.
연구중심대학인 포스텍은 자료 구입비의 80%를 온라인 학술지 구독에 쏟고 있습니다.
포스텍의 ‘박태준학술정보관’은 종이책을 보관·열람하는 전통적인 기능뿐 아니라 멀티미디어 서비스, 학술정보 제공에 주안점을 두죠.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최근 북카페 스타일의 휴게공간을 조성했고,
5층엔 24시간 운영하는 불을 끄지 않는 도서관을 운영 중입니다.
독서를 장려하는 프로그램도 활발합니다.
정규 수업으로 편성된 독서교과목은 2016년 이후 학부생 절반 가량(688명)이 수강했죠.
매 학기 100명 이상 학생이 멘토 1명과 멘티 4~5명으로 구성되는 독서클럽(포스텍 리더스 클럽)에서 활동합니다.
열람석 많은 코리아텍, 좌석당 학생 2.5명
코리아텍(한국기술교육대)은 '학생 수 대비 열람석이 많은 대학'(좌석당 재학생 수가 낮은 대학)에서 포스텍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랐습니다.
코리아텍(재학생 4871명)은 총 1980개의 열람석을 갖추고 있는데, 1개 좌석 당 재학생 2.5명 꼴이죠.
70여개 조사 대상 대학 중 가장 넉넉한 편이에요.
코리아텍 도서관은 열람석 외에도 전자정보실의 노트북 열람석, 휴게실, 서가 등에도 좌석이 많아요.
스터디룸도 24인용부터 6인용까지 총 9개가 있어요.
기계공학부 4학년 김성유씨는 “스터디룸은 어학 공부나 모의 면접 발표 연습 등에 사용하기에 좋아 자주 이용한다”고 밝혔다.
책 많이 빌리는 대학, KAIST>이화여대>서울대>숙명여대
독서를 가장 많이 하는 대학은 '책벌레 대학'은 어디일까요. 아쉽게도 각 대학 학생의 독서량을 직접 측정한 통계는 없습니다.
대신 도서관에서 책을 얼마나 빌려 보는 지는 알 수 있어요.
학생당 대출도서 수가 가장 많은 대학은 KAIST(한국과학기술원)입니다.
학생 1인당 연간 14.9권에 이르죠. 이미영 학술정보운영팀장은 “KAIST 학생은 학습량ㆍ독서량이 많다.
또 학생이 원하는 책이 많아 도서 대출도 활발하다”고 설명하더군요.
KAIST 학생의 독서량이 많은 데엔 KAIST가 학부생 교육에 도입한 ‘에듀케이션3.0’과 관련 깊다고 해요.
‘거꾸로 수업(flipped learning)’을 대학 강의에 적용한 건데요.
교수 강의는 수업 전 예습으로 대체하고 수업 시간은 학생 주도의 토론ㆍ발표ㆍ프로젝트로 진행하죠.
학생들에 따르면 수업 시간 토론ㆍ발표를 하려면 예습할 내용이 많은데, 때문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책도 많다고 하네요.
학생이 원하는 책을 도서관이 대부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책 대출이 활발한 이유죠.
KAIST 도서관은 학생이 신청하는 도서는 문제집 같은 수험도서, 학술적 가치가 없는 일부 만화 등을 제외하곤 모두 구입하는 게 원칙이래요.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학생 818명이 총 1816권을 신청했는데, 이중 80%에 이르는 1444권을 도서관이 마련했어요.
이미영 팀장은 "머련하지 못한 20%는 절판·품절로 구할 수 없거나, 다른 사람과 중복 신청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하더군요.
대출 기록 보고 도서 추천하는 이화여대
학생이 책 많이 빌리는 대학 2위는 이화여대(14.7권)입니다.
이화여대 도서관은 매 학기 강의계획안을 참고해 수업 관련 자료를 미리 확보한다고 해요.
학생이 관심 있는 저자ㆍ주제 키워드를 등록하면 관련 자료가 입수될 때마다
메일로 알리는 ‘신착자료 알림서비스’, 학생의 취향과 대출 기록을 바탕으로 추천도서를 알리는 ‘독서 프로파일링’도 운영 중이죠.
아울러 다양한 독서도 진행하죠.
‘제인 오스틴, 도서관에서 만나다’‘도서관에서 만나는 바벨의 도서관(보르헤스)’ 같은 도서전 뿐 아니라,
‘잠 못 이루는 도서관 1박 2일’ 같은 체험 행사도 활발하죠.
2016년부터 매년 1월 기존 독서대회를 확대ㆍ개편한 ‘이화 에크리’도 열고 있어요.
5권의 필독도서 중 한 권을 읽고 서평을 쓰는 부문, 국내ㆍ외 여행에 대한 기행문을 작성하는 두 부문으로 진행되는데,
노트북 같은 디지털 디바이스에 의존하지 않고 자필 작성하는 게 원칙이랍니다.
학생당 방문횟수 1위 고려대, 누워서 공부하는 쉼터도
학생당 연간 도서관 이용횟수로 따지면
고려대(190.2회), 숭실대(188.7회), KAIST(165.3회), 서강대(157.1회), 명지대(153.1회) 순으로 높았습니다.
1위 고려대 도서관은 열람석(현재 9582석) 뿐 아니라 정보검색 등을 위한 PC(818대)도 많아 이용에 편리하죠.
고려대는 2014년 국내 대학 최초로 캠퍼스 전체를 포괄하는 도서관 RFID를 구축했는데,
도서관 홈페이지와 스마트대출반납기 등을 통해 24시간 편리한 시간에 책을 빌리고 반납할 수 있어요.
최근엔 책을 빌려 읽는 공간에서 벗어나 ‘창의와 창업의 공간이자 학습ㆍ문화 복합 공간’으로 전환하는 시도가 활발답니다.
지난 5월 개관한 CCL(CJ Creator Library)이 대표적인 공간이에요.
교내 광장 지하 열람실에 들어선 이 곳엔 1인 미디어 콘텐트 제작용 스튜디오,
학생들이 바닥에 누워서 공부하고 휴식도 취하는 마루 쉼터가 있어요.
공연ㆍ학술 행사를 열 수 있는 무대도 설치됐죠. 이 곳엔 식음료 반입도 가능하다고 해요.
책장 넘기는 소리 마저 조심했던 옛날 열람실 풍경과는 딴판이죠.
'책 속에 미래가 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책 부자’ 랭킹과 ‘책 벌레’ 랭킹엔 양쪽에 모두 등장하는 대학이 많은 편이에요.
'소장 도서가 많은 대학' 1위 서울대, 2위 서강대는 '학생이 책 많이 빌리는 대학' 랭킹에서 각각 3위 , 5위에 올랐어요.
자료구입비 많은 대학 7위 연세대는 대출 도서 많은 대학 6위였고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이슈리포트(김형각ㆍ박자현)도 "각종 세계대학 평가에서
상위 랭킹에 오른 대학일수록 도서관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고 지적합니다.
아쉽게도 등록금 동결로 재정 사정이 악화된 국내 대학들이 도서관 예산을 줄이는 분위기랍니다.
위축된 독서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대학·정부가 도서관에 보다 큰 관심을 쏟았으면 합니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