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생각하는 여유/6.시사.

투자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임금을 강제로 올려서 소득을 높이는 경제운용 착한 정책인가?

언제나오복의향기 2017. 10. 11. 08:00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 교수의 매경시평 경제논리 실종의 시대


매일경제 매경시평 입력 : 2017.10.01 17:23:44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7&no=657912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 교수


경제학자로서 요즈음만큼 글쓰기 어려운 때가 없는 것 같다.

언론에 기고할 때에는

누구나 자신의 주장이 공감을 얻고 정책에도 반영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지금은 최소한 정책 반영에의 기대는 접어 놓고 글을 쓴다.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완전히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을 보자.

성장을 하는 목적은 개인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세금을 풀거나 임금을 강제로 올려서 소득을 높이면

소득이 계속 올라간다는 것은 경제논리가 아니다.

경제가 화수분인가? 그렇다면 경제운용이 얼마나 쉬운 일이겠는가?

경제학에서 성장에 가장 중요하다고 확립되어 있는 것은 투자이다.

투자가 힘든 이유는

현재의 소비를 희생해가면서 미래를 계획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리고 전략도 세우고 조직도 만들고 돈도 계속 부어 넣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노력하는 것이다.

투자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투자의 고용창출 효과가 떨어진다고 해서

`소득`이라는 손쉬워 보이는 열차로 갈아타는 것은 주객을 전도하고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투자를 어떻게 하면 더 잘할 것인지, 고용창출 효과를 어떻게 높여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소득주도`라는 환상은 투자에 관한 실질적 고민을 팽개치게 만든다.

`#소득주도`라는 열차로 갈아타면 기업을 옥죄는 것도 손쉬워진다.

경제가 어려워진 것이 기업 책임이고 이들을 단죄해야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비정상적인 기대를 합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1.#프랜차이즈 업계의 `갑질`을 근절한다거나,

2.#비정규직의 일괄적 정규직 전환,

3.#대기업 규제 추가 강화,

4.#원전 중도 폐기 등 봇물 터지듯 나오는 새 정책들을 경제논리로 설명할 방법이 없다.

경제논리로 비판하려고 해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정치논리가 기세등등할 때에 경제논리는 일단 숨을 죽인다.

그러나 경제논리는 언젠가 반격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는 것이 순리이다.

경제논리를 무시하고 정치논리로 갔다가 실패한 대표적 사례는 노무현정부 때의 #부동산 정책이었다.

2004년경 #부동산 가격에 불을 붙였던 단초는 #강남의 중대형 아파트였다.

강남의 편의성, 학원가 수요에 덧붙여 지방에서 토지 보상을 받은 사람들조차 강남 아파트를 사는 분위기였다.

이에 대해 정부가 처음에 내놓은 대책은 강남에 중대형 아파트 건설을 줄이고 재건축을 어렵게 만든 것이었다.

신축 중대형 아파트에 투기가 몰리니까 이를 막고 강남 부자들이 #재건축으로 더 부자가 되는 일을 저지하겠다는 것이었다.

정치적으로는 서민들의 상실감을 해소해주는 대책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논리를 무시했다.

공급을 줄이니 #강남 아파트 값은 더 뛰었다.

아파트 값은 2007년 초 정부가 #강력한 금융규제를 도입하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그러나 이 대책 또한 경제논리 때문에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

서민이 금융규제의 부정적 영향을 더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서민이 새집을 마련하거나 집을 늘려가는 것이 더욱 어렵게 됐다.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인한 고통도 부자보다 서민이,

수도권 거주자보다 지방 거주자가 더 강하게 받았다.

#주식시장에서도 외부 충격을 받으면 `우량주`보다 `잡주`들의 가격이 더 많이 떨어진다.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이다.



 뒤늦게 따라 오르던 소외지역 주택들이 된서리를 맞았고

강남의 `우량` 주택들은 가격이 다소 떨어졌지만 투자자들이 그냥 들고 가려는 경향을 보였다.

노무현정부의 가장 큰 실패는 지지자였던 서민들까지 실망하게 만들었던 데에 있었던 것 같다.

서민을 위한다고 내세웠던 많은 정책들이 #서민의 생활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치논리로 밀고 나간 정책에 서민들조차 경제논리로 역습했다고 할 수 있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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