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생각하는 여유/6.시사.

법치주의가 무너지거나 폄훼돼 광장의 광기와 패권적 정치 권력 압력으로 형식적 법치주의가 부활하면 역사가 후퇴할 것

언제나오복의향기 2017. 10. 16. 12:34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4월 재판에 넘겨진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심경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향후 재판은 재판부 뜻에 맡기겠다"라며 변호인단 사임 의사를 전했다.

 

[이투데이/이새하 기자(shys0536@etoday.co.kr)]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재판에 넘겨진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심경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향후 재판은 재판부 뜻에 맡기겠다"라며 변호인단 사임 의사를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에서

써온 종이를 보고 4분여간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자신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이날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朴, 지난 6개월 참담·비참, 정치보복 마침표 찍길 = 박 전 대통령은

"구속돼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참한 시간이었다"라며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배신으로 되돌아왔고,

이로 인해 저는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다"고 했다.

 

이어 "저를 믿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던 공직자와 국가 경제를 위해

노력하던 기업인들이 피고인으로 전락한 채

재판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라며

"사사로운 인연을 위해서 대통령 권한을 남용한 적 없다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믿음과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심신의 고통을 인내해왔다"고 했다.

떨리던 목소리는 무죄를 주장할 때 단호하게 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저는 롯데, SK뿐만 아니라 재임 기간에

그 누구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다"라며

"재판 과정에서도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님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재판부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사실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이 6개월 동안 수사하고 법원은 6개월 동안 재판했는데

다시 구속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며

"변호인들은 물론 저 역시 무력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했다.

 

이어 "(변호인단 사임으로)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

저를 믿고 지지해주는 분들이 있고

언젠가는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검찰 수사와 재판이 '정치 보복'이라고도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법치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은 제게서 마침표가 찍혔으면 한다.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고 했다.

이어 "모든 책임을 제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와 기업인들에게 관용이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변호인단 '추가 구속영장 발부 강하게 비판' = 재판부는 유영하 변호사 요청으로 10분간 휴정한 뒤 재판을 이어갔다.

유 변호사는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재판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처음 기소할 당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주장했다"라며

 

"차고 넘치는 증거 가운데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SK 관련 어떤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인멸할 증거는 어디에 있다고 판단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혹시 박 전 대통령이 석방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아직 증언 이뤄지지 않은 증인들을 회유할 우려가 있다면

과연 어떤 방법으로 이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과 어르고 살기가 가득 찬 이 법정에

피고인을 홀로 두고 떠난다"라며 변호인단 전원 사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무죄 추정과 불구속 재판이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힘없이 무너지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저희 변호인들은 더 이상 본 재판부가 진행할

향후 재판에 관여할 어떤 당위성도 느끼지 못했다"라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어떤 변론도 무의미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했다.

 

이어 "법치주의가 무너지거나 폄훼돼 광장의 광기와 패권적 정치 권력 압력으로 형식적 법치주의가 부활하면

우리나라 인권 역사가 후퇴할 거다"라며

"야만의 시대가 되살아난다고 재판부는 진정 생각해보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재판부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는 우리 사법 역사의 치욕적인 흑역사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변호인단 측에 사임을 다시 한번 고려해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전 국민 관심이 높아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할 필요가 있고

피고인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진실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라며

"변호인들이 사퇴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피고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으니 사임 여부를 신중히 고려해달라"고 했다.

유 변호사는 이날 재판이 끝난 이후 "박 전 대통령과 협의가 이뤄진 내용이냐"

"사임 의사를 철회할 계획은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 답도 하지 않은 채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떠났다.

다음 재판은 19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은 '필요적 변론 사건'으로, 변호인이 있어야 재판 진행이 가능하다.

형사소송법 282조는 피고인이 사형 또는 무기, 3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변호인 없이 개정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박 전 대통령은 새로운 변호인을 선임하거나 법원이 국선 변호인을 붙여줘야 한다.

유 변호사 등 변호인단이 사임하겠다는 뜻을 바꾸지 않으면 새 변호인을 선임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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