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생각하는 여유/6.시사.

안타깝지만 이미 국내 원자력산업 기반은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념·정치 과잉에 빠진 정부가 원전에도 색깔을 입혀 결국 멀쩡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언제나오복의향기 2018. 7. 21. 07:00

매경데스크] 되돌릴 수 없는 원전 인프라 붕괴 시작됐다

  • 박봉권 
  • 입력 : 2018.07.19 17:24:22   수정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8&no=456098



안타깝지만 이미 국내 원자력산업 기반은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념·정치 과잉에 빠진 정부가 원전에도 색깔을 입혀 결국 멀쩡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을 내렸다.

경제성이 없다는 게 이유다.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허언이다.

4기의 신규 원전 건설도 백지화시켰다.

이 때문에 신규 원전에 넣으려고 수천억 원을 들여 개발한 한국형 최신 원자로(APR+)는 사장될 운명에 처했다.

탈원전 속도조절을 호소해 온 원자력계를 좌절시킨 탈원전 대못으로 미래를 박탈당한 산업에 인재가 올 리 만무하다.

카이스트 2학년 진학 예정자 중 원자력공학과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소식은 가히 충격적이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미래 인재는커녕

기존 원전 인력도

생존을 위해 중국·UAE 등 해외로 대거 엑소더스 중이다.


60년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쌓아올린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인프라가 되돌릴 수 없는 자멸의 외길로 들어선 셈이다.

탈원전 헛발질로 하릴없이 낭비되는 수조 원대 혈세도 아깝지만 원전산업 형해화는 뼈아프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을 지어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러시아, 중국 외 한국밖에 없다고 한다.


수백조 원대 규모의 글로벌 원전 시장을 독과점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우리 스스로 걷어차는 비상식에 경쟁국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금과옥조로 삼는 일자리 창출 면에서도

무뇌아적인 조급한 탈원전은 F학점 정책이자 악수(惡手) 중 악수다.

미래 먹거리 산업을 왜 패대기치느냐는 비판에 정부는 억지춘향식으로 수출은 지원하겠다고 한다.

어떻게든 원전 수출이 성사되는 운이 따른다면

앞으로 몇 년간 근근이 버틸 수는 있다.

하지만 정권의 버림을 받아 강제 사양산업이 된 원전 생태계는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부가 원전 대체재로 급조한 재생에너지 확대책은 한 편의 코미디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억지로 늘리기 위해

태풍 한 번 불고 홍수가 나면

모두 날아가 버릴 저수지에, 그리고 산허리를 깎아 태양광을 설치한다고 나라 전체가 야단법석이다.


무턱대고 원전을 포기한 데 따른 비용은 오롯이 국민(혈세)과 기업(산업용 전기료 인상) 몫이다.

정책 실패를 국민과 기업에 전가하는 사례는 탈원전 외에도 많다.


꼼꼼한 준비 없이 오류투성이인 반기업·반시장 무리수를 둔 뒤 부작용이 나타나면

나랏돈을 퍼부어 주먹구구식 땜질 처방을 하고 나중에 기업에 비용을 떠넘기는 몰염치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

직종·지역별 차등화라도 해달라는 합리적 요구에도

2년간 최저임금을 시장이 수용하기 힘든 수준인 29%나 올려놓은 뒤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의 불복종 역풍을 맞자 예의 일자리 안정자금 확대 등 혈세지원책을 내놨다.


카드사와 가맹본부는 수수료 인하 압박이라는 유탄을 맞고 좌불안석이다.

대기업은 납품단가를 올려줘야 할 처지다.

기업에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은 최저임금보다 10배 이상 큰 충격이다.

법으로 시간을 정해놓고 종 치면 다 집에 가라고 등을 떼미는 건 비현실적이다.


창의와 혁신성이 최대 경쟁무기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더욱 맞지 않는 옷이다.

최근 방한한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 수석부사장은 "질병 퇴치를 위한

과학자 열정을 근무시간 잣대로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탄력근로제 기간이라도 6개월~1년으로 넓혀달라는 애원에도 정부는 좌고우면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건도 논란이 적지 않다.

당초 금감원이 문제 삼은 건

2015년 상장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서 관계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적자기업 삼바 실적을 흑자로 만든 분식회계였다.


그런데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판단은 못 내린 채

뜬금없이 상장 전 공시 누락을 고발한 건 과도한 권력 남용이라는 비난을 받는 검찰의 별건 수사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이러니 삼성을 손보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요즘 경제가 급격히 추락하자 부쩍 문재인 대통령이 친기업·규제 혁파·혁신성장 얘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원전을 돌려 저렴한 산업용 전기를 공급해주고 규제 완화를 시도하는 것을

대기업 특혜로 치부하고 기업을 악의 축으로 사갈시하는 왜곡되고

편협한 시각과 프레임을 여당·청와대 내부자들이 버리지 않는 한

단순한 립서비스, 공허한 외침에 그칠 수밖에 없다.

[박봉권 과학기술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