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생각하는 여유/1.책.시.독서

선우정 칼럼] 복화술사의 시대~김철 연세대 명예교수가 쓴 책 ‘식민지의 복화술사들’은 문학과 언어의 관점에서 ~석굴암, 한글,소설

언제나오복의향기 2020. 1. 10. 06:00

선우정 칼럼] 복화술사의 시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31/2019123102886.html

입력 2020.01.01 03:17 | 수정 2020.01.01 15:59

나의 언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시대,

우리는 순결한 한국어를 찾고
한국어로 신문을 만들고 한글을 민중에 보급하는 운동을 펼쳤다



선우정 부국장 겸 사회부장



석굴암에 대한 나의 지식은 세계적 문화유산이란 사실과 일제가 시멘트를 발라 망가뜨렸다는 속설을 아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조선 말기 석굴암 모습을 책자에서 봤을 때 정신이 헷갈렸다. 황성옛터 수준의 무너진 입구, 돌무더기 폐허.


석굴암에 대한 책과 논문을 읽고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았다.

첫째 삼국유사 이후 조선 후기까지 400년 동안 우리 기록에 석굴암은 등장하지 않는다. 석굴암을 문화유산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둘째 석굴암을 근대적으로 재발견하고 복원한 것은 일본이다. 여기서 일본이란 조선을 지배한 통감부와 총독부를 말한다.

셋째 석굴암을 세계의 명작으로 평가해 근대적 문화유산으로 끌어올린 것은 일본인이다.


오늘 우리의 석굴암 인식은

일본 미술사학자 야나기 무네요시의 평가 ‘영원한 걸작’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1907년에서 1919년 사이 일어난 일이다.


‘근대(近代)’는 ‘현대’ 이전의 옛날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옷차림,

소통하는 언어,

지식을 전파하는 교육,

삶을 구속하는 법률,

심지어 미적(美的) 감각의 체계까지 근대의 틀 안에 있다.

다들 ‘모던(modern·근현대)하게’ 사는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가 완성한 근대를 일제가 국권을 강탈해 전(前)근대로 되돌렸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이의를 다는 순간 “식민지 근대화론이냐”는 공격을 당한다.

근대성과 식민지성에 대한 헷갈림은 한국 근대사의 영원한 족쇄이자 함정이라고 생각한다.


김철 연세대 명예교수가 쓴 책 ‘복화술사들’은 문학과 언어의 관점에서 한국 근대의 복잡함을 알려준다.

1917년 연재를 시작한 소설가 이광수의 기념비적 작품 ‘무정’의 대화 일부다.

“요-. 오메데또오(축하해). 이이나즈께(약혼자)가 있나 보에그려. 움. 나루호도(과연).” 순한글 소설이지만 일본말이 뒤섞인 한국 주인공들의 대화만은 실제 그대로 반영했다. 국권 상실 7년 만에 조선의 언어가 지독하게 오염됐다고 봐야 할까.


김철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

근대 어문에 새겨진 식민성이 아니라 근대 한국어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순수하고 완결된 형태의 언어란, 다른 모든 언어가 그렇듯이, 존재하지 않는다.’


윤치호는 역사적 명성만큼 ‘일기(日記)왕’으로 유명하다.

1883년부터 1943년까지 60년 동안 거의 매일 일기를 썼다.

한문으로 4년,

한글로 2년,

그 후 영어로 썼다.

 한글을 포기하고 영어로 쓰기 시작한 1887년 어느 날, 그는 이유를 이렇게 기록했다. ‘its vocabulary is not as yet rich enough to express all what I want to say.’ 한국어는 어휘가 풍부하지 않아 말하고 싶은 것을 다 표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윤치호와 이광수의 사례는 언어의 측면에서 한국의 근대란 이미 완성된 것도 아니고, 완성된 것을 누군가 완전히 파괴한 것도 아님을 말해준다.


한국의 문화유산을 근대의 시선으로 평가할 수 있는 조선인 미술사학자는 일제 중반기를 넘어설 무렵 배출됐다.

해방 후 한국 미술사 연구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 고유섭이 첫 인물이다. 그는 1920년대 경성제대 법문학부에서 철학과 미학을 전공하면서 일본 미학의 주류를 계승한 도쿄제대 출신 우에노 나오테루를 사사했다.

고유섭과 같은 조선의 인재가 경성제대에서 1000명 가까이 배출됐다. 이들이 한국 현대사의 주역이 됐다. 대한제국이 그만큼의 근대적 인재를 배출했다면 석굴암은 한국인에 의해 발견됐을 것이며, 나라도 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설가 김동인은 “구상은 일본말로 하되 쓰기는 조선글로 썼다”고 했다. ‘약한 자의 슬픔’을 쓴 1919년 무렵에 대한 회고다. 일제가 한국의 문화유산을 근대적 잣대로 평가하고 있을 때 한국의 지식인은 자신의 내면에 너무나 빠르게 침윤(浸潤)되는 ‘일본의 근대’에 당황하고 있었다. 김철 교수는 이 시대 한국인 정체성을 “복화술사”라는 표현으로 상징했다. “한 입으로 두말을 하는 자, 두 개의 혀를 가진 자들”이다.


소설가 김동인이 언어의 정체성에 고뇌하던 1920년, 조선일보는 창간됐다.

편집국 대회의실 벽면 전체에 걸린 역대 편집국장 사진 중 일제강점기 편집국장은 10명이다.

독립운동가 이상재 선생을 시작으로 염상섭·주요한·이광수 등 당대의 작가들이 포함돼 있다.

복화술사의 시대’에 그들은 매일 근대적 한국어를 찾 고,

한국어로 신문을 만들고, 한글을 민중에 보급하는 운동을 펼쳤다.

지금 우리는 적어도 “요-. 오메데또오. 이이나즈께가 있나 보에그려. 움. 나루호도”라고 말하지 않는다.

저절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들의 고뇌와 열정을 생각하면서 창간 100주년을 맞는다.


※100자평 중 김창진 독자님의 지적을 받아들여 칼럼의 일부 문구를 수정했습니다. 지적 감사드립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31/201912310288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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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화술사들 소설로 읽는 식민지 조선

       

저자 김철|문학과지성사 |2008.02.28
페이지 183   판형 A5, 148*210mm
도서관 소장 정보 국립중앙도서관

 1.책소개

국문학과 국어에 의미에 관하여 논의한 책.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하는 계간지 <새국어생활>에 '우리 국어, 우리 말'이라는 고정란에 2004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 연재된 것으로 한국어와 한국 소설의 근대화에 관하여 정리한 내용으로 구성했다.


2.목차

- 책머리에
1. “梅毒 神藥 ヨ一トカリ丸” ─한국어의 ‘근대’
2. “칸바스 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한 텃취의 오일과도 같은……” ─기차와 한국 소설
3. “너 어??여기 완?” ─한국 소설과 표준어
4. “재판에두 양반 상놈이 있나요?” ─한국 소설과 사법(司法)
5. “우선 말부터 영어로 수작하자” ─한국 소설과 영어


6. “연애는 환장이니라” ─한국 소설과 에로티시즘
7. “나는 내지인 규수한테로 장가를 들래요” ─한국 소설과 ‘내선 결혼’
8. “왕복 엽서처럼 돌아온 그녀” ─한국 소설과 우편 제도
9. “커피차, 부란데, 연애 사탕, 그리고 난찌” ─‘먹거리’와 식민지 모더니티
10. “THE AGITATORS ARE 辱ING ME” ─‘한국어’의 탄생


11. “금 같은 힘이 어딨나?” ─황금과 한국 소설
12. 식민지의 복화술사(複話術師)들 ─조선 작가의 일본어 소설 쓰기
13, "벌거벗겨놓고 보니 매 갈 데가 어딥니까" ─ 한국 소설과 8·15 해방


3.출판사서평

두 개의 혀를 가진 자들의 시대
일제 식민지 기간에 나타난 한국어와 한국 소설의 ‘근대화’를 말한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주로 한국 근대 문학을 통해 식민주의·민족주의·제국주의의 문제를 분석하는 데 천착해온 김철 교수가 한국어와 한국 소설의 근대화와 관련된 문제들을 다룬 열세 편의 글을 묶어 문지스펙트럼 우리 시대의 지성 시리즈로 출간하였다.


‘국어’와 ‘국문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김철 교수는 자신의 밥벌이 수단이자 공부의 근거인 이 ‘국어’와 ‘국문학’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며, 여러 형태의 글을 통해 이것을 신성하게 떠받들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오랜 시간 해왔다. 특히 이번에 출간된 『복화술사들─소설로 읽는 식민지 조선』은 그의 이런 주장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 동시에 그 주장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줄 열쇠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소설로 읽는 식민지 조선, 식민지 조선에서 이해하는 한국의 근대
책의 차례를 보면, 표제로 삼은 「식민지의 복화술사들」을 제외한 열두 편의 제목이 모두 큰따옴표로 묶인 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그 글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짤막한 부제가 함께 붙여져 책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부제 없이 제목들만 놓고 보면, 현대의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 영어와 한자가 섞인 처음 보는 조합, 또는 어떤 의미인지 짐작하기 어려운 문장 들이 독자에게 낯설게 다가올 법도 하다.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며 각 글의 제목에 나타난 이 문장들은 바로 필자가 본문에서 인용한 한국 근대 소설의 한 부분이다. 과연 ‘소설로 읽는 식민지 조선’이라는 책 전체의 부제에 걸맞게,

이 책에는 이광수의 『무정』, 이인직의 『혈의 루』,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작품들을 비롯하여,

이인직이 만세보에 제목도 없이 연재한 소설의 일부분, 「애국가」의 작사자 좌옹 윤치호의 영어, 일본어, 한문, 한글 등이 뒤섞인 일기 등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작품들과 1920년대 일간 신문에서 볼 수 있는 광고 문구까지 흥미롭고 다양한 인용문을 통해 내용의 풍성함을 더하고 있다.

각각의 제목은 이러한 인용문에서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식민지 조선의 실상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문장인 것이다. 또한 여기에 덧붙여진 김철 교수의 자세한 설명은 각각의 글에 붙은 제목이 갖는 의미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이 책의 글들을 한 편 한 편 읽어가다 보면, 한국의 근대화 모습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또 그러한 생활 모습이 소설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과 만나게 된다.


첫번째 글은 외국어 글쓰기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근대 문학 초창기 작가들의 한국어 글쓰기(특히 소설 쓰기)를 통해 근대 ‘한국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본다. 여기서 필자는 다른 모든 언어들이 그렇듯 ‘순수하고 완결된 형태의 한국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역설하며, 자신의 오랜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다.

두번째 글은 기차의 등장 이후 이 새로운 감각의 경험들이 창작의 원천이 되어 한국 문학에 어떻게 드러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세 번째 글은 교육의 결과이자 국민 국가 건설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표준어가 지니는 우월적 지위를 위해 소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밝힌다. 이어지는

네번째 글에서는 근대 사법 기관의 판결을 바탕으로 식민지 조선에서 진행되는 근대화의 풍경을 그리고 있는 소설들을 살펴보고, 다섯번째 글에서는 점점 그 위력이 높아가는 영어와 한국 소설의 관계를 짚어보기도 한다.


이밖에 ‘에로티시즘’ ‘내선 결혼’ ‘우편 제도’ ‘황금’ 등이 한국 근대 소설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살펴본 글들과 ‘한국어’와 ‘한국 문학’이 있기까지 다양한 언어의 실험이 있었다는 글을 통해, 일제 식민지 기간의 한국어와 한국 소설의 근대화에 관련된 문제들을 살펴보고 그에 관한 실상을 드러낸다. 그리고 마침내 해방 후의 한국 소설 방향에 대한 언급으로 마무리된다.
특히 조선 작가의 일본어 소설 쓰기에 대한 글에서 제국의 지배 아래서 제국의 언어로 발언하는 피식민지인을 두 개의 혀를 가진 자들로, 일종의 복화술사(複話術師)들로 표현한 것은, 식민지 조선과 당시의 문학 활동에 대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데 더없이 적절한 비유로, 이 책의 빛나는 부분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쉽게 쓴 글, 쉽지 않은 이야기
‘국어의 순수성’ ‘국어의 단일성’ 따위의 말을 결코 믿지 않는다는 국문학과 교수의 이 흥미로운 글들은 국립국어원이 발간하는 계간지 『새국어생활』의 ‘우리 소설, 우리 말’에 고정으로 연재된 것들이다. 따라서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각주가 줄줄이 달려 있어서 읽는 데 번거로움이 있는 논문 형식이 아니라, 일반 독자도 읽기 쉽게 씌어졌다. 또한 앞서 말했듯이 풍부한 인용문은 글의 이해를 돕는 데 더없이 좋은 자료가 되어주기도 한다.
언어를 둘러싼 사투 끝에 놀라운 창조의 결실에 도달한 근대의 작가들, 모어의 자연성·국어의 정체성·국민 문학의 경계에 대한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전복의 가능성을 열었던 이 복화술사(複話術師)들과의 만남은 분명, 식민지가 근대며 근대가 식민지인 조선의 상황을 깊이 있게 바라보고 그 토대 위에서 ‘한국어’와 ‘한국 소설’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예스24 제공]





국기에 대한 맹세-1974년


: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자유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