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공무원...통일부의 존재 이유. 중앙일보 컬럼에서
http://news.joins.com/article/18949567군 복무 시절 한 단위 부대의 행정업무를 맡아본 적이 있다. 처음 맞닥트리는 행사나 기획거리가 많아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선임병으로부터 노하우를 터득하고 보니 별 어려움이 없었다. 이미 한 달 또는 일 년 전에 치른 일을 되풀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때문이었다. 부대장이 주관하는 빙상대회를 개최한다면 지난해 행사 계획에 날짜 정도만 바꾸고, 교체된 간부나 외빈 명단 정도를 새로 올리면 되는 식이었다. 혹여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참신한 아이디어를 추가할라치면 선임하사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랬다가 문제 생기면 니가 책임질 거냐”는 말에 딴생각은 엄두를 낼 수 없었다.
30년 가까운 오랜 기억이 떠오른 건 요즘 통일부의 돌아가는 모양새와 닮은꼴이란 판단에서다. 그제 끝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통일부는 준비접촉 과정에서 ‘남북 각 100명 금강산 상봉’이란 낡은 틀을 벗지 못했다. 서울·평양 교환 상봉이나 200~300명으로의 규모 확대는 말도 꺼내지 않았다. 결국 80~90대 고령 상봉자와 동반 가족은 강원도 최북단인 고성에서 일박한 뒤 다시 북측 지역으로 들어가 상봉하는 큰 불편을 겪었다.
상봉 규모 확대라는 말은 공수표가 됐다. 오히려 이전 수준도 지키지 못했다. 최종 선발된 우리 측 이산가족 100명 가운데 건강 이상으로 포기한 사람이 속출했지만 수수방관한 것이다. 결국 90명만 북한 가족과 만났다. 실향민과 관련 단체에서는 “예비후보를 뽑아두고 결원을 보충했다면 더 많은 사람이 만났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린다.
통일부의 대북 저자세도 고질병으로 지적된다.
상봉 행사 취재차 지난주 방북 하던 출입기자들은 북한 당국에 노트북을 빼앗겼다.
민감한 대북 정보나 자료가 담긴 장비가 며칠 동안 북측 보안요원 손에 넘어간 것이다.
앞서 19차례의 이산 상봉 취재 때 없던 일이 벌어졌는데
통일부는 “북측에 유감을 표시하고 반환을 요구했다”는 설명에 그쳤다. 그러고는 빈 노트북을 임대해 가져가도록 해주겠다는 대책답지 않은 대책을 내놓았다.
이달 중순 고려 시기 궁터인 개성 만월대(滿月臺) 유물 전시회 방북 과정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북한은 한 방송사의 대북 보도를 문제 삼아 해당 기자의 방북 취재를 거부했다. 또 중도보수 성향인 한 북한학과 교수에게 초청장을 내주지 않았다. 북한 입맛대로 언론과 학자에 대해 재갈 물리기를 시도하는데도 당국은 문제된 사람을 빼고 방북을 승인해줬다. 나쁜 관례를 정부부처가 만든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북한의 잘못된 행동이나 합의 위반을 따끔하게 지적하는 건 기대하기 힘들다.
이산가족 상봉단을 실어 날라야 할 금강산 현지의 우리 관광버스 수백 대를 북한이 몰래 빼내갔는데도 아무 말이 없다.
1조원이 넘는 대북 식량차관을 북한이 몇 년째 갚지 않는데도 통지문 말고는 아무 조치가 없다.
국민 세금이 아니라 자신들의 호주머니 돈이라면 그랬을까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통일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준비한 몇몇 이벤트를 들여다봐도 어수룩한 대목이 드러난다. 청소년·학생에게 통일비전을 심어 주겠다며 수억원의 예산으로 벌인 ‘새 시대 통일의 노래’ 캠페인은 대표 사례다. 작곡가 김형석과 박칼린 감독이 참여하고, 원더걸스와 EXID·EXO 같은 최정상급 가수와 그룹이 동참했지만 노랫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공무원이 하면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이 현실화한 것이다.
평화통일재단을 만든다며 지난 8월 입법예고까지 했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통일에 기여한 인물·단체의 업적을 기리고, 통일 사료를 수집하겠다는 설립 목적이 공감을 사지 못한 것이다. 통일부 산하에 통일교육원이 있는데도 재단을 따로 만들어 통일교육을 맡긴다는 건 업무 중복에 예산 낭비다. 잦은 세미나 개최로 ‘통일세미나준비위’란 오명을 듣는 통일준비위원회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두고는 “젯밥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통일부가 과거 남북경협공사나 ‘통일항아리(통일기금)’를 추진하다 중도하차했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얘기다.
내로라하는 엘리트가 모인 정부 중앙부처를 속칭 ‘쌍팔년도’ 군대(실제 필자의 군 입대는 88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이다)와 비교하는 건 너무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올 수 있다.
홍용표 장관 취임 이후 고위급 접촉과 8·25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일각의 평가도 들린다. 하지만 청와대의 대북 드라이브에 편승하는 것과 통일정책 주무부서에 걸맞은 궤적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어제 통일부 기자단은 이례적인 성명을 냈다.
노트북 압수와 선별 방북으로 우리 언론을 길들이려 한 북한을 비판하는 게 초점이다.
기자들은 “북한의 부당한 간섭이 심화되고 있는 건 정부의 미온적 태도 때문”이라는 지적도 담았다.
어쩌다 북한에 휘둘리고, 국민 여론과 언론으로부터 외면받는 형국이 됐는지 안타깝다.
당국자들은 어디부터 패착을 뒀는지 복기(復棋)했으면 한다. ‘상대가 북한이란 특수성 때문에…’라며 머리를 긁적이기보다 ‘상대가 북한이니 꼭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결기 있는 통일부의 목소리를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출처: 중앙일보] [세상읽기] 통일부의 존재 이유를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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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사를 일고 있자니 숨통이 터진다. 정말 통일부는 왜 존재하는가 싶다.
필요없는 부서는 그때 그때, 바로 청산시켜 제거하는 것이 국민의 세금을 줄이는게 아닌가 싶다..
대한 민국 지도를 이렇게 보는 것이 훨씬 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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