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런저런 이야기/3. 작명여담

김춘수의 시. 꽃(꽃이라는 이름)

언제나오복의향기 2013. 8. 2. 14:18

 

 

 

 

 

 

 

 김춘수시인     꽃         ( 꽃이라는 이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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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ower * Translated by Kim Jung-gil

 

Until I spoke his name,

he had been

nomore than a mere gesture.

 

When I spoke his name,

he came to me

and became a flower.

 

Now speak my name,

one fitting this color and oder of mine,

as I spoke his name,

so that I may go to him

and become his flower.

 

We all wish

to become something.

You to me and I to you

wish to become an unforgettable gaze.

 

김춘수시집/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도서출판 답게” 2000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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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 대해 너무 아름답게 표현해주는 시라고 생각한다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불과 했다.

그에게 이름을 불러 주니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나도 나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나의 이름으로 누군가에게 불려지고 싶다.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이 이름의 의미를 얼마나 아름답게 묘사했는가 보라.

학창시절 이시를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마음이 끌렸었다.

그리고 지금은 예쁜 이름을 지으려 노력하는

작명가가 되어 있는 내 자신을 돌아본다.

 (2013.8.1.문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