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구소, 한국정부 지원 중단으로 5월 문 닫는다
조선일보 입력 : 2018.04.10 18:08 | 수정 : 2018.04.10 18:32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10/2018041002218.html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한미연구소(USKI)가
한국 정부의 예산 지원 중단으로 5월에 문을 닫게 됐다.
USKI는 워싱턴 유일의 한반도 전문 싱크탱크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으로부터 2006년부터 약 200억원의 정부지원금을 받아 왔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계획 등을 분석하는
북한전문매체 ‘38노스’를 운영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한미 공공외교의 거점이라는 평을 받는다.
로버트 갈루치 USKI 이사장은 10일 학술적 사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완전히 부적절한 간섭”을 거부한 뒤 지원이 끊겨 연구소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갈루치 이사장은 “2개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이
북한과 미국의 관계 연구가 목적인 기관을 놓고 장난치는 것은 상식 밖”이라며
“한국이 자신의 발을 겨냥하는 데 좀 더 신중할 수는 없었나”라고 개탄했다.
2018년 4월 5일 워싱턴 DC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 했다.
갈루치 이사장은 지난 1994년 북핵 위기를 봉합한 북미 제네바 합의 당시
미국 측의 수석대표를 지낸 미 국무부 북핵 특사 출신이다. / 연합뉴스
구재회 USKI 소장과 제니 타운 부소장을 교체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밝혀
청와대 주도의 인적 청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청와대는 USKI가
▲결산 관련 자료 제출이 미흡하고
▲방문학자 및 인턴십 공모·선발절차의 투명성이 부족하며
▲형식적인 이사회 운영과 연구소장 장기 재직 등 문제에 대해
적절한 감독·통제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국회 논의에 따른 후속 조치일 뿐이라며 개입을 부인하고 있다.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금융감독원장)은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매년 2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데 그 사용 내역이 불투명하고 실적이 초라하다”며
USKI의 예산 편성·집행의 불투명성을 지적했다.
이후 국회는 KIEP를 통해 USKI 운영 개선안과 예산 사용 내역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USKI가 이와 관련해 두 장짜리 보고서를 내면서 사달이 났다.
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이학영 의원은 지난해 8월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증빙 자료가 제목만 있다”며 “시골 계모임도 이렇게까지는 안할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즈음 KIEP는 구 소장의 교체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USKI 측은 당시 “학문의 자유 침해”라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KIEP 상급 기관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사연)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USKI에 대한 정부 지원 중단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관련 회의를 갖고
김준동 KIEP 부원장이 USKI 개선 방안을 홍일표 청와대 정책실장실 행정관에게 두 차례 보고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문재인 정부가 국책연구기관장 내 보수 인사를 퇴출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구 소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부터 12년째 USKI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를 통해 북한 문제를 풀어가려는 정부 입장에서
USKI의 보수적 입장이 달갑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구 소장과 함께 교체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타운 부소장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해 온 인물이다.
이와 관련 김준동 KIEP 부원장은 9일
“USKI 측에 개선 방안을 그동안 꾸준히 지적했지만
요구 사안을 듣지 않아 더 이상의 국고 지원은 세금을 의미없는 데 사용하는 것이라 판단하고 결정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KIEP는 전날에도 해명 자료를 내고
“KIEP가
USKI에 본원의 의견을 전달한 것은
결코 청와대 개입이나 정치적 의도가 아닌 본원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갈루치 이사장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AP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USKI와의 대화와 서신에서 구 소장과 타운 부소장의 교체를 원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USKI의 재무 보고는 철저했고 자금 관리에 허점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갈루치 이사장은 또
USKI의 불투명성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증거를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USKI는 이번 예산 중단으로 최대 8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38노스는 대체 자금원을 확보해 5월 이후에도 운영을 계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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