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51)이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필명 ‘드루킹’ 김모씨(49)에게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다수의 인터넷 기사 주소(URL)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이 김씨 일당의 ‘댓글 조작’ 활동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특정 기사의 이른바 ‘좌표’를 찍어 이들 기사를 부각시키고자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김씨가 일방적으로 김 의원에게 연락했다”는 그간의 경찰 발표와도 배치된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9일 “2016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는 총 14개이며,
이중 10건이 기사 주소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집중적으로 문재인 당시 후보에 대한 기사 주소를 김씨에게 전송했다.
경찰이 공개한 기사 목록을 보면 김 의원은 대선 직전인 지난해 3월과 4월
“‘주부 62% 비호감’ 문재인, 여성 표심 ‘올인’…‘내가 제일 잘 생겼는데’”
“문재인 10분 내 제압한다던 홍준표, 문에 밀려” 등 문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성된 기사의 주소를 김씨에게 전송했다.
이 밖에도 문 후보가 출연한 방송사 인터뷰나 문 후보와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함께 촬영한 사진을
“감각적”이라고 표현한 인터넷 기사 주소도 전송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공보를 맡고 있는 동안 후보에 관해 좋은 기사,
홍보하고 싶은 기사가 올라오거나 하면 제 주위에 있는 분들한테 그 기사를 보내거나 한 적은 꽤 있었다”면서
“그렇게 보낸 기사가 혹시 ‘드루킹’에게 전달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김 의원은 “김씨가 일방적으로 연락을 해 왔다”며 이들 일당과의 연루 의혹을 부인해 왔다.
한편 이는 그간 김 의원이 김씨가 보낸 메시지를 대부분 확인하지 않았고
김씨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밝혀온 경찰의 발표와 상반된 내용이어서
경찰이 정부 여당의 ‘눈치보기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은 김씨가 2016년 11월부터 김 의원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150개 가량 보냈고
지난 3월에는 비밀대화방을 통해 총 3190개의 기사 인터넷 주소를 보냈지만,
김 의원이 이 메시지들을 한 건도 읽지 않았다고 밝혀 왔다.
모두 김씨의 ‘일방적 연락’으로, 경찰은 단 한 건의 기사 URL만 있었던
일반 대화방에서 김 의원이 ‘고맙다’ 등의 의례적인 답변만 보냈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경찰은 김 의원 역시 김씨에게 직접 기사 URL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이 언론을 상대로 ‘거짓 브리핑’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 사항은 수사 보안상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