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레 드 발자크(Honoré de Balzac) 고리오 영감 Le père Go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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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근대 시민사회를 근간에서 움직이고 있는 ‘돈’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인간의 정열에 대한 드라마를 부성애와 입신출세라는 주제를 축으로 투철한 관찰과 분석에 의해 그려 낸 작품. 귀족 사회의 퇴폐와 금전 만능의 사회상을 고발하고 있다.
1.고리오 영감의 부성애와 가난한 청년 라스티냐크의 출세욕
파리의 싸구려 하숙집 보케 관(館)에는 하숙하는 사람들이 몇 명 살고 있는데,
그 가운데 고리오 영감이라고 불리는 노인과 외젠 드 라스티냐크라는 이름의 학생이 있다.
원래 제분업자였던 고리오는 예전에 백만장자였지만, 거액의 지참금을 가지고 귀족에게 시집보낸 두 딸에게 돈을 쏟아붓는 바람에 지금은 거의 무일푼 상태이다. 그러나 지나치리만큼 딸들을 사랑하는 그는 아버지를 창피하게 여기는 딸들을 위해 싸구려 하숙집에 몸을 숨기고 살면서도 있는 돈 없는 돈을 털어서 두 딸이 낭비한 돈을 메워 주고 있다.
청년 라스티냐크는 가난한 지방 귀족의 후계자로, 늘 영화로운 생활을 꿈꾸는 야심가이다. 성급한 그는 학문과 사랑이라는 양쪽 길을 모두 성취하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한편, 사촌 누이인 보세앙 자작부인의 원조를 받아 고리오의 둘째 딸인 델핀 드 뉘생장 남작부인에게 다가간다.
마찬가지로 같은 하숙집에 사는 수수께끼의 남자 보트랭은 화려한 사교계에서 출세의 열쇠를 쥐고 싶어 어쩔 줄 모르는 라스티냐크의 심경을 꿰뚫어 보고, “자네처럼 무일푼인 사람이 재빨리 입신출세하려면 손을 더럽혀야 한다”며 ‘성공이야말로 미덕’이라고 하는 ‘반항의 철학’을 내세워 그의 마음을 꾄다. 그리고 성공을 하면 그를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는 조건으로 자기가 하는 일을 도우라고 한다.
스스로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이 유혹에 매력을 느껴 라스티냐크는 마음이 흔들리면서도 인간의 목숨이 달려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결국 거절한다.
그런데도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된다. 하지만 일이 진행되는 도중에 보트랭,
사실은 탈옥수인 자크 콜랭은 같은 하숙집 사람의 배신으로 경찰에게 체포된다.
한편 고리오는 딸들이 몇 번이고 돈을 뜯어 가는 바람에 완전히 무일푼이 되고, 결국 곤경에 처한 딸들을 도와줄 수 없게 되었다는 점에 고민한다. 더구나 눈앞에서 딸들이 보기 싫은 싸움을 하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아픈 나머지 병으로 쓰러진다.
그러나 두 딸은 병문안조차 오지 않는다.
고리오는 라스티냐크와 그의 친구의 간병을 받으며 딸들의 이름을 허망하게 부르기도 하고 저주와 축복의 말을 번갈아 내뱉기도 하다가 두 청년을 딸들로 착각한 채 숨을 거둔다.
라스티냐크는 하는 수 없이 델핀에게 선물로 받은 시계를 전당포에 잡히고 고리오의 장례식을 치러 준다.
그는 페르 라셰즈의 묘지에 고리오의 시신을 매장하고,
그곳에 청춘의 마지막 눈물을 같이 묻은 뒤 파리를 향해 “자, 한판 붙자!”고 외치며 사회에 대해 도전의 첫발을 뗀다.
다른 소설에 나오는 각 인물들을 다시 등장시키고 이들을 모두 연결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인물 재등장’이라는 수법이 이 작품에서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근대 시민사회를 근간에서 움직이고 있는 ‘돈’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인간의 정열에 대한 드라마를 부성애와 입신출세라는 주제를 축으로 투철한 관찰과 분석에 의해 그려 낸 이 작품은 근대 사실주의 소설의 시초이자 ‘돈의 시인’이라 불리는 발자크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2.비극적인 아버지의 전형 고리오 영감, 출세주의자의 전형 라스티냐크
이 소설의 주인공은 고리오 영감과 라스티냐크 두 사람이다. 글의 내용 가운데 ‘부성애의 그리스도’라고 묘사되어 있는 고리오는 자식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한없이 애정과 돈을 쏟아붓고, 나중에는 자기 목숨까지 희생하지만, 그 숭고한 그러나 너무도 맹목적인 애정 때문에 오히려 딸들에게 아무런 감사도 받지 못하는 비극적인 아버지의 전형으로, 흔히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과 비교된다. 동시에 그는 발자크가 자주 그려 낸 타입으로,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람들(여기서는 딸들)까지 결국 파멸로 이끌어 가게 되는 ‘정열에 홀린’ 『인간희극』의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하나이다.
한편, 라스티냐크는 19세기 프랑스 소설 속에서 『적과 흑』(스탕달)의 쥘리앵 소렐, 『감정교육』(플로베르)의 프레데릭 모로와 함께 19세기 부르주아 사회에서 입신출세를 꿈꾸는 청년의 전형을 대표하고 있다. 두 사람과 라스티냐크의 다른 점은 선과 악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타협하는 길로 나아가 결국에는 법무장관이 되는 것으로 일단 목적을 달성한다는 점이다.
“뱀장어처럼 능글능글하기 때문에 어지간히 출세할 것입니다”라고 등장인물 중의 하나가 그를 평가하고 있다. 명민한 통찰력과 강한 적응력, 유연한 성격의 소유자인 반면에, 과감하게 악을 거부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을 강하게 다스리지는 못하는 인간이다.
타협에 의해 교묘하게 인생을 꾸려 나가는 입신출세주의자의 전형이다.
3.작품 속의 명문장
“인간의 마음은 애정의 극한까지 오르면 잠시 휴식을 취하지만,
증오심의 절벽으로 굴러떨어질 때는 좀처럼 멎지 않게 마련이다.
”발자크는 다른 소설에서 ‘사랑은 소비이지만 증오는 축적’이라고 해설하기도 했다.
“여자라는 존재는 설혹 아무리 극단적인 거짓말을 할 때에도 항상 진심을 가지고 하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그런 때에도 그녀들은 무언가 자연적인 감정에 따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발자크는 여성의 나이에 대해 “남의 눈에 보이는 나이가 여성의 진정한 나이일 뿐,
여성에게는 호적상의 나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4.오노레 드 발자크(Honoré de Balzac)
프랑스의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Honoré de Balzac, 1799~1850)는 1799년 투르에서 태어났다.
신경질적인 어머니의 냉대를 받으며 고독한 소년 시절을 보냈다. 나중에 파리에서 법률 사무소의 견습생으로 일하다가 20세 때 글로 출세하겠다고 선언한 뒤 2년간의 유예 기간을 받아 비극을 집필했으나 가망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생계를 위해 익명으로 통속 소설을 썼다. 또한 경제적인 안정을 꾀하기 위해 출판업, 인쇄업, 활자주조업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업에 착수했으나, 모조리 실패해 약 6만 프랑의 빚을 평생 동안 짊어지게 되었다. 30세 때 새로운 결의로 써낸 역사 소설 『올빼미당』(1829)으로 데뷔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약 20년 동안 진한 커피를 벌컥벌컥 들이켜면서
하루에 많을 때는 18시간, 평균적으로 12시간씩 일하며 소설 · 희곡 · 평론 · 잡문 등을 아우르는 초인적인 집필 활동을 했다.
1834년 『고리오 영감』을 집필하면서 ‘인물 재등장’이라는 방법을 고안했고, 이윽고 ‘19세기 프랑스 사회사’를 묘사한다는 의도를 체계화하기 위해 모든 소설 작품을 하나의 종합적 제목인 ‘인간희극’1) 안으로 끌어들이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인간희극』은 프랑스 전국을 무대로 하여 활약하는 약 2,000명의 등장인물과 함께 장편과 단편을 합쳐 약 90편의 소설을 포함한 방대한 소설집이 되었다.
대표작으로 『골짜기의 백합』(1844), 『외제니 그랑데』(1833), 『사촌 누이 베트』(1846) 등이 있다.2)
같은 시대의 유명한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발자크도 여성 편력이 화려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발자크의 창작 활동에 정신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골짜기의 백합』의 모델이 된 22세 연상의 첫사랑 베르니 부인과, 아내가 된 폴란드의 귀족 한스카 부인이었다.
팬레터로부터 시작된 한스카 부인과의 관계는 18년에 이르며, 그동안 그녀에게 보낸 발자크의 편지는 수천 페이지에 달한다.
과로로 건강을 잃은 말년에 겨우 한스카 부인과 결혼할 수 있게 된 발자크는 결혼한 지 5개월 뒤,
『인간희극』에 포함될 예정이었던 약 30편의 미완성 작품을 그대로 남긴 채
집필과 사업, 여행, 정치, 연애로 다망하기 짝이 없던 그 정력적인 생애를 접고 고리오 영감처럼 페르 라셰즈에 매장되었다.
향년 51세였다.
- 1) 『인간희극』에 나오는 2,000명이 넘는 등장인물들 가운데 재등장하는 인물은 약 600명으로,
- 예를 들면 『화류계 여인의 영화와 몰락』 속에는 55명의 인물이 재등장한다.
- 이들 등장인물을 자세하게 소개해 놓은 『등장인물사전』이라는 책이 나오기도 했다.
- 2) 발자크도 『고리오 영감』의 주인공인 라스티냐크에 지지 않을 정도의 야심가였다.
- 그는 ‘이 남자가 칼로 시작한 일을 나는 펜으로 이룩한다’라는 맹세를 나폴레옹의 동상에 붙여 놓고 자신에 대한 훈계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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