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3대국’은 달려가는데 쳐다만 보는 한국
일본 도쿄의 수소버스. /사진=머니투데이DB |
수소가 화석연료를 대체해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잡는 '수소경제' 시대가 열린다.
무한자원이자 청정에너지인 수소는 가장 유력한 대체에너지로 주목받는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 해외 선진국은 일찌감치 수소경제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우리나라는 수소경제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머니S>는 정부의 수소경제 육성계획을 점검하는 한편
선진국의 로드맵을 살펴봤다.
아울러 수소경제를 준비 중인 국내 주요기업 현황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수소경제, 어디까지 왔나] ③ 선진국은 얼마나 앞섰나
바야흐로 ‘수소시대’가 열렸다.
수소가 석유를 대체할 차세대에너지로 각광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수소경제 열풍이 분다.
일본은 ‘수소경제 로드맵’ 실현 단계에 접어들었고
미국은 천연가스를 활용한 수소에너지 생산에 돌입했다.
한국은 2005년부터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을 기획했지만
기술력의 한계와 정권교체 등 다양한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잃어버린 13년을 따라잡기 위해 지난 6월 ‘산업혁신 2030 로드맵’을 꺼내 들었지만
‘계획’만 있을 뿐 구체적 시행방안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수소를 주 에너지원으로 쓰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주변국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일·미·독, 앞서가는 수소 3강
현재 수소경제 실현에 가까운 나라는 일본, 미국, 독일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이들 국가는 수소전기차와 충전소를 보급하고 대규모 저장소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수소경제 구현의 기본이 되는 에너지저장, 운송, 공급단계를 순차적으로 구축한 것.
우리나라의 경우 관련 기술력이 취약해 연구개발(R&D)과 투자부터 시작해야 한다.
2014년 일본이 발표한 ‘수소 2030 로드맵’에서 단계별 프로세스를 엿볼 수 있다.
일본은 수소에너지 수요를 비약적으로 늘린 후
대규모 공급장치를 구축해 시스템을 확립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내 수소전기차 약 4만대를 보급한 뒤
2030년까지 80만대로 규모를 늘리고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수소충전소도 100개 이상 건설하는 것이 목표다.
산업적 수요를 늘리기 위해 수소전기차 외 다양한 운송수단과 가정용 연료전지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대규모 저장소는 호주나 러시아 등 인접국가에 플랜트를 구축하고
액화 및 메틸시클로헥산(MCH) 방식으로 공급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2040년까지 대규모 수소 저장시스템을 구축해 수요에 맞게 공급할 계획이다.
1990년대부터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수소 생산·공급을 연구한
미국은 미국에너지부(DOE)와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주도로 움직이고 있다.
DOE는 풍력단지 생산전력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천연가스망으로 공급하는 Wind2H2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Hydrogen Posture Plan’을 기초로 2023년까지
수소전기차 6만대를 보급하는 한편 관련 충전소 123개를 확충할 계획이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오프사이트와 온사이트 방식을 통한 보급법을 택했다.
오프사이트 방식은 외부로부터 생산된 수소를 수송해 공급하는 형태로
최근에는 기존 주유소에 수소충전 설비를 추가 설치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온사이트의 경우 충전소에서 천연가스를 직접 개질해 수소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기존 LPG·CNG 충전소를 이용한 융·복합충전소를 구현하는 형태다.
유럽에서는 독일을 중심으로 수소경제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독일은 2002년부터 클린에너지 파트너십(CEP)을 설립해 수소에너지 적합성 검증을 시작했다.
2006년 NIP를 통해 수소연료전지 기술개발에 돌입, 내년까지 NIP 2단계에 2억1000유로(약 2524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2020년까지 수소충전소 400개소를 설치하는 한편 2025년까지 수소전기차 15만대를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파워 투 가스’(P2G) 정책을 추진 중이다.
‘미래 에너지, 수소경제는 오는가’라는 보고서에서 “축적된 기술 수준으로 볼 때
일본의 수소경제 실현 여부는 공급가격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10~15년 이후 현실화될 것”이라며
“각국 정부는 수소경제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수소전기차 보급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차세대 자동차 경쟁을 주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수소 비즈니스 “황금알 낳는 거위”
수소경제를 실현하면 수소충전과 발전단계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가 발생한다.
세계 강대국이 수소경제 구현에 목을 매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지난해 다보스포럼에서 출범한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는
수소 및 관련 연료전지 개발의 상업화를 위해
연간 14억유로(약 1조7668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기로 결의했다.
최근 파나소닉, 교세라, 미쓰비시히타치 파워시스템스,
토요타, 퓨어셀 에너지, 블룸 에너지 등
일본과 미국 기업이 상업화로 두각을 드러냈다.
파나소닉과 교세라는 에너지팜 등 가정용 연료전지를 생산해 수익을 올렸고
토요타와 혼다의 경우 각각 ‘미라이’와 ‘클래리티’ 등 수소차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퓨어셀 에너지는 용융탄산염(MCFC) 방식 연료전지를 개발했고
블룸 에너지의 경우 업무용 연료전지를 이케아 매장에 설치해 수익을 올렸다.
국내의 경우 단기적 수익성이 기대되는 분야에서 부분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연료전지 분야에서 두산, 포스코에너지, 에스퓨어셀이 가정·건물용 연료전지를 만들고
엘티씨, 시노펙스, 미코 등은 연료전지 부품기술에 있어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했다.
그러나 한국은 초기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데다 관련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수소경제 비즈니스를 진행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산업 마스터플랜 구축 및 에너지산업 융복합 단지 조성이 선행돼야 수소경제 실현을 통한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를 주무부처로 지정하고 기술개발 과제 수행, 플랫폼 구축, 타당성 조사에 예산을 배정했다.
내년 수소산업 관련 예산으로 1696억원을 확보해
수소차 5500대 보급, 수소버스 35대 시험운행, 수소충전소 30개 설치 등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제외하면 민간 기업의 참여가 저조하다.
김희철 융합연구정책센터 연구원은
“일본, 미국, 유럽과 같이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일관적 정책 및 제도 선진화가 필요하다”며
“수소산업 인프라 확대를 위해 민간 참여를 유도하고
투자비용과 위험을 분담하는 산업육성 시스템 도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0호(2018년 12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